2월 소소한 병치레 단상

아프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2월은 진정한 새로운 1년의 시작을 준비하는 달이다. 교사와 학생들에게는...

3월을 준비하는 작업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새 학생들, 새 학급, 새 교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이 길고 그러기에 학교는 너무도 춥기만 하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있어야 온기가 있고 활기가 돈다.

학생들은 없고 준비만 부산한 2월의 학교는 춥기만 하다.

새 학기 대비 여러 가지 공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냄새와 먼지로도 가득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 익숙해질만도 한데 어김없이 나의 2월은 소소한 병치레가 일상이 되었다.

시작은 급체였다. 두 가지 일정이 있던 하루 종일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눈을 헤치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서울대쪽에서의 출장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려니 점심시간이었다.

학교 주변 을지로 식당들에는 회사원들로 가득했다.

간단히 김밥 하나를 사서 따뜻한 커피와 먹으려 했으나

오후 일정이 급히 변경되면서 차가운 김밥을 우겨넣고 바쁘게 돌아다니는 일정이 되었다.

열심히 일하다 보니 세시가 넘어가면서 위가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체기가 느껴졌다. 추위에 김밥을 먹는 바보가 어디있냐는 이야기를 세 번은 들었다.

거의 이틀은 굶어서야 체기가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고 식욕이 돌아오기까지는 이틀은 더 걸렸다.

계속되는 소화불량이 잊어버려질만하니까 엉덩이와 골반뼈가 쑤셔대기 시작했다. 태생적으로 나는 하체가 상체보다 살집이 부실했다.

통통했던 젊은 시절에도 엉덩이에는 살이 없고 뱃살이 많았던 볼록 체질이어서 바지 사기에 곤란했다.

허리에 치수를 맞추면 엉덩이가 텅 비는 무얼 입어도 폼이 안 나는 체형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래 앉아 있는 것이 고역 중의 고역이라 장시간 비행기 타는 것을 몹시도 두려워한다.

나이 들면서 배에는 살이 붙고 엉덩이에는 그나마 있던 살도 빠지고 추운 학교에서 며칠을 떨었더니 골반과 엉덩이 통증이 밀려왔다.

그리고 소소한 병치레의 끝은 치질이 도진 것이다. 친정아버지를 닮아 장 움직임이 힘이 없는 나는 변비를 달고 살았다. 외국에 가면 더 심해져서 20년 전 나와 미국연수를 같이 갔던 팀에서는 화장실을 못가서 극도로 하애진 내 얼굴을 아직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소화불량, 골반과 엉덩이 통증, 치질을 약으로 버티면서 2월을 마무리하고 있지만 나는 안다. 3월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악으로 깡으로 새 학기를 시작하리라는 것을... 학교의 3월도 몹시 추우리라는 것을...

(1년만에 이 글을 다시 읽고 보니 그 사이에 추가된 고질병이 한가지 더 있었다. 오른쪽 네번째와 새끼 발가락 사에 자주 출몰하는 티눈이다. 아프고 거추장스럽고 걸음이 무너지는데 아직은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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