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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May 19.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34

AI 교육의 시대에 식물 이름 찾기는 QR코드만 찍으면 된다.

어제 결혼식에서 만난 과학과 출신 장학사님들과의 대화의 주제는 단연 “AI”였다.

교육청마다 모든 예산이 AI(인공지능)랑 연결되어 있다고

그런데 AI 연수를 담당할 업체나 연수 기관은 없다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힘든 업무가 또 시작된 모양이었다.

사실 이런 일은 낯설지도 않다.

2015년, 1호 미래학교를 시작하면서 계속 들었던 

우리가 진행했던 많은 특수분야직무연수 내용에서 빠지지 않았던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때의 키워드는 이랬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질문을 왜 못던졌을까 등의 내용이 도돌이표가 되어 특강마다 반복되었었다.

지금은 무조건 AI가 붙어야 한단다.

심지어 과학실무사님들 대상의 안전 연수인데 AI를 넣어달라 요구할 정도이다. 

안전과 관련된 게임 형태의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볼까 하고

실험실 관리에서 어려운 점을 띵커벨에 작성하여 공유하는 연습을 해볼 거고

우리학교에서 사용하는 엑셀 공유문서를 안내할 계획이지만

이것을 한다고 AI 교육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모르겠다.


코로나 19 초입에 디지털기기가 없어서 원격 수업 등의 진행에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중학교부터 1인 1태블릿을 제공해주기 시작했는데

이를 수업에 적용하는 교사들은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사실 아직 많지 않다.

왜 안쓰냐 묻는다면 안써보았으니 못쓰겠다가 가장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 활동말고 딴 짓을 할거라고 하거나(제어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디지털기기로 할 수 있는 수업 내용이 없다고 하거나(없는게 아니라 모르는 거다.)

공부는 기기가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다(맞는 이야기이다. 기기를 활용하는 것도 머리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들을 말하는데 이것은 사실 부차적인 것이다.

그럼 매시간, 모든 교과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물론 아니다. 수업 활동에 적합한 내용이 있다면 수업을 잘 구성하여 사용하는 것이 맞다.


내 수업의 예를 들어보자.(내 수업이 최고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사례 소개이다.)

우선 나는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다. 

관련 영상도 삽입되어 있고(심지어 AR : 증강현실,  VR : 가상현실 자료도 있다.) 

과학 수업에 중요한 그림도 크게 보여줄 수 있고 판서도 되고 그 내용이 저장도 되니까 편리하기 그지 없다.

학생들은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거나 책을 사용하거나 선택하면 된다.

실험 활동 전에는 관련 영상을 보고 실험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다.

역할을 분담하여 실험을 하면서 실험 과정과 결과를 태블릿으로 촬영하거나 기록해둔다.

그 내용을 정리하여 구글 클래스룸에 제출한다.

제출한 자료를 내가 보고 코멘트를 달아주거나 우수작을 선정한다.

기타 특정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거나 센서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관련 내용 검색은 기본이고

원자모형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실험 데이터를 그래프로 그리는 기능은 태블릿이 있어서 아주 유효하다.

지금까지는 Chat gpT(대화형 인공지능 챗봇)를 수업에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었다. 나이 제한 등이 있다.

이제는 한번 사용해볼까 한다. 

다음 주 밀도를 이용한 무지개탑 쌓기 실험을 조별로 하고

밀도에 대한 총정리편으로 AI를 활용한 그림그리기를 해볼까 한다.

밀도 차에 의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그림으로 그려봐달라고 할 예정이다.

과연 AI는 밀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그림을 그려줄지 아직 나도 모른다.

기기를 활용한 수업은 교사인 나도 처음해본다는 바로 그점이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선뜻 도전하기 싫어지게도 하지만

그래서 해볼만한 것이 아닐까?

일단 해봐야 AI 교육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해보지도 않고 필요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나 저나 AI 교육에 대한 정의를 누군가가 내려주었으면 한다. 

누군가는 코딩 교육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기기 활용 교육 모두를 포함한다.

범위와 정의가 없으면 혼란을 초래하고 그 혼란을 틈타서 사기꾼들이 몰려들게 된다.

AI 교육 예산을 노리는 업체들이 달려들게 되어 있다. 그들은 교육자가 결코 아니다. 


수업 방법에 100% 확실한 정도란 없다. 

교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수업을 발전시켜야 할 책무가 있고

그 수업 방법 개선 방향은 학생의 이해도와 흥미를 높여주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맞다.

디지털 기기가 그 방향을 도와줄 수 있다면 수업 내용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해보는 것이 

지금 교육 현장에 부합되는 것이 아닐까?

AI 교육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준다는 믿음은 버리고 말이다. 

그리고 AI 교육 시대가 되면 교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게 된다는 그런 극단적인 생각도 버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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