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47
격력하게 아들 녀석 결혼식 답례 식단을 정하고 싶다.
어제 우연한 기회로 연락이 닿은 후배가 있다.
부부 모두가 나랑 같은 전공이고 몇 몇 일을 같이 했었는데
부부 모두 무엇보다도 착하기가 그지 없었다.
부부합산 착하기 대회가 있다고 한다면 등수 안에 들 수준이다.
이런 저런 톡을 하다가 마지막에 아들 결혼을 알려왔다. 바로 오늘이었다.
나의 아들보다 8살이나 어린데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너무 너무 부러웠다.
결혼 후 맞부딪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걸 잘 알지만 짝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부모들이 착하게 살아서 복을 받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의 퇴직 전, 하나 뿐인 아들 녀석이 결혼을 못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아직이니 안한 게 아니고 못한 게 맞다.
며칠전에는 친한 후배가 손녀딸을 보았다. 그것 또한 부러운 일이었다. 인생이 부러움의 연속이다.
언젠가부터 결혼식에는 축의금만 보내고 장례식은 대부분 직접 찾아갔다.
결혼식 참석을 피하는(?)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부러움이 얼굴에 너무 드러날 것 같아서 였을수도 있고
너무 비싼 결혼식 음식값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기도 했고
이제는 너무 늙어버린 나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은 기꺼이 결혼을 축하해주러 나섰다.
아들의 결혼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 출발하는 젊은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였기도 했고
바뀌어가는 결혼식장과 결혼식 음식을 살펴보는 일도 나중을 위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직 여자 친구도 없는 아들녀석(모태솔로는 절대 아니다.)이 일주일의 긴 출장을 마치고 내일 저녁에 온다.
오랜만에 반찬을 했다.
알감자조림, 취나물, 닭가슴살구이, 명란달갈찜, 오이무침...
사먹는 음식에서는 절대 먹을 수 없을 반찬으로만 구성했다.
내가 한 끼 음식의 핵심이라 생각하는 국은 무엇으로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내일 느낌으로 정하면 된다.
여자 친구도 없는 아들 녀석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은 집밥이다.
나도 여러 지인들에게 결혼식 음식을 대접해줄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