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생적 오지라퍼 May 18. 2024

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47

격력하게 아들 녀석 결혼식 답례 식단을 정하고 싶다.

어제 우연한 기회로 연락이 닿은 후배가 있다.

부부 모두가 나랑 같은 전공이고 몇 몇 일을 같이 했었는데

부부 모두 무엇보다도 착하기가 그지 없었다.

부부합산 착하기 대회가 있다고 한다면 등수 안에 들 수준이다.

이런 저런 톡을 하다가 마지막에 아들 결혼을 알려왔다. 바로 오늘이었다.

나의 아들보다 8살이나 어린데 결혼을 한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너무 너무 부러웠다.

결혼 후 맞부딪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걸 잘 알지만 짝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부모들이 착하게 살아서 복을 받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의 퇴직 전, 하나 뿐인 아들 녀석이 결혼을 못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아직이니 안한 게 아니고 못한 게 맞다.

며칠전에는 친한 후배가 손녀딸을 보았다. 그것 또한 부러운 일이었다. 인생이 부러움의 연속이다.

언젠가부터 결혼식에는 축의금만 보내고 장례식은 대부분 직접 찾아다.

결혼식 참석을 피하는(?)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부러움이 얼굴에 너무 드러날 것 같아서 였을수도 있고

너무 비싼 결혼식 음식값을 아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였기도 했고

이제는 너무 늙어버린 나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였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은 기꺼이 결혼을 축하해주러 나섰다.

아들의 결혼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 출발하는 젊은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였기도 했고

바뀌어가는 결혼식장과 결혼식 음식을 살펴보는 일도 나중을 위해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아직 여자 친구도 없는 아들녀석(모태솔로는 절대 아니다.)이 일주일의 긴 출장을 마치고 내일 저녁에 온다.

오랜만에 반찬을 했다.

알감자조림, 취나물, 닭가슴살구이, 명란달갈찜, 오이무침...

사먹는 음식에서는 절대 먹을 수 없을 반찬으로만 구성했다.

내가 한 끼 음식의 핵심이라 생각하는 국은 무엇으로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내일 느낌으로 정하면 된다.

여자 친구도 없는 아들 녀석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은 집밥이다.

나도 여러 지인들에게 결혼식 음식을 대접해줄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한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 골목 투어와 영재이야기 그 중간쯤 어딘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