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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May 19. 2024

또, 스포츠 사랑

주말에는 스포츠 중계를 보는거죠

오늘 오후는 오랜만에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시험 문항 초안을 준비하고 글을 쓰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중간 중간에 블루베리 베이글 1/2개, 짱구 과자 1/2개, 제주고사리를 넣고 끓인 육개장 반 그릇, 달걀묻힌 소시지구이 조금, 베이컨 조금, 스램블 달걀 조금을 먹고 말이다. 다양하게 많이도 먹었다.

지난 주 허리도 다치고 컨디션이 저조하여 체중을 재보았더니 1.5Kg 정도가 빠져있었다.

체중이 빠지면 기력이 함께 줄어드는 나이가 되었다.

먹고 쉬고 하는데는 스포츠 중계 시청이 최고이다.

오늘 주로 시청한 중계는 여자프로골프대회였다.

아들 녀석이 출장 간 대회이기도 했고

제자들이 갤러리로 구경간 대회이기도 했고

우리나라 유일한 매치 플레이 대회이기도 해서 관심이 가는게 당연했다.

보통 골프대회는 3~4일간 18홀씩 경기를 하고 자신의 성적을 누적하여 우승자를 가린다.

그러나 매치 플레이 방식은 1:1 홀 별 성적을 가지고 승자를 결정하는 특별한 스타일의 시합이다.

그런만큼 두둑한 배짱도 필요하고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무표정한 멘탈 관리도 필요하다.

실력과 체력은 물론이고 말이다.


보통 하나의 스포츠 중계에 몰입하는 스타일인데

재미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오늘은 남자 프로 골프 시합이랑 채널을 왔다갔다 하면서 보게 되었다.

54세가 된 최경주 프로(오늘이 생일날이라고 했다.)가 최고령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한국 남자 프로골프 선수가 PGA에 많지 않았던 시절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던 몇 명 안되는 프로님이다.

마치 여자 프로골프에서 박세리 프로가 LPGA에서 IMF때 우리나라를 알리던 그런 맥락과 비슷하다.

어제까지는 많은 타수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나(그것도 제주도의 심한 바람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만든 성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날 힘겨워하는 것이 종종 보였다.

20대 청년들과 50대 중년이 같은 종목에서 우열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골프 종목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20대와 50대의 비거리가 같을 수는 절대 없다. 거의 30m 이상씩 매홀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잘 버티다가 결국 마지막 홀에서 실수가 나와 연장전에 돌입한 그 경기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물에 빠질 것만 같았던 그의 공이 물을 지나 조그마한 섬같은 곳에 멈추어섰고

그 공을 최선을 다해 지켜내더니 기어코 다음 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는 그 까맣고 단단한 성 같아 보이던 최경주 프로가 눈물을 보이고 울먹이는 인터뷰를 했다.

탱크라는 별명의 그도 나이를 먹어서 눈물이 많아진 것일까?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내가 즐겨보는 최강야구 프로그램의 중년 야구 레전드들도 극적인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꾸 울컥울컥 운다.

지난 덕수고와의 1차전은 오늘 최경주 프로의 연장 1차전 못지않게 극적이었다.

거의 다 졌다고 봤던 9회말 마지막을 포기하지 않고 절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간신히 이겼다.

스포츠의 세계란 그런 것이다. 더욱 간절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 강한 것이다.

그 시합 후 잘한 선수는 잘한 선수대로, 실수한 선수는 실수한 선수대로 울먹울먹 거렸다.

그것을 보는 나도 따라서 자꾸 뭉클뭉클해진다. 나는 스포츠 선수도 아닌데 말이다.

내일은 운좋게 직관에 성공한 최강야구 프로그램의 방영일이다.

스포하지 않으려고 참으로 힘들었으나 주위 사람들은 아마 내 얼굴 표정으로 눈치는 챘을 것 같다.

직관도 즐거왔지만 멀리서 봤던 그 내용을 자세하게 방송으로 보면 더욱 재밌을 것 같다.

그나저나 다음 번 최강야구 직관티켓은 더더욱 구하기가 힘들 것 같다.

티켓팅 시작과 동시에 접속한 25만명의 인기를 내가 어찌 뚫고서 티켓을 구할 수 있으랴.

경기 후 그들의 울먹울먹 인터뷰를 또 볼수 있게 되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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