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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May 20.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35

직접 해본 것과 안해본 것의 큰 차이

오늘 2학년은 밀도를 이용한 탑쌓기 실험을 진행했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기타 유투브 등에는 많이 나온다.

무지개탑 혹은 밀도탑 만들기라고 검색하면 된다.

밀도라는 개념을 완전히 각인시키기에는 안성맞춤인 실험이다.

설탕을 가지고 보통 실험을 하는데 이번에는 소금으로 진행해보았다.

학교에 오래된 소금이 많이 있어였기도 했고

내일부터는 용해도 수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소금의 용해도가 특이한 점이 있어서 미리 예습 삼아 소금을 사용해보았다.

욕심껏 많이 소금을 녹여보려고 한 조는 소금이 물에 많이 녹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늘 미리 깨달았을 것이다.

무작정 힘으로 녹여보려다가 종이컵에 구멍을 낸 조도 있었다.

유리 기구를 줄여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메스실린더 하나만 유리도구를 주고 나머지는 종이컵을 사용했다.

실험실 안전 확보와, 일회용품 안쓰고 지구 살리기 사이에는 항상 약간의 괴리감이 존재한다.

일회용품을 안쓰면 유리 기구 세척을 위하여 세제나 물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

결국 지구에게 돌아가는 마이너스는 비슷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궤변일 수도 있다.


다시 밀도탑 이야기로 돌아가면 5층탑을 목표로 각각의 종이컵에

일정량의 물과 조별로 측정값을 정하여 소금을 녹이고 물감을 풀어주었다.

일부러 소금의 양을 정해주지는 않았다. 조별로 의논해서 결정하라 하였다.

가장 밀도가 큰 소금물부터 메스실린더에 조심스럽게 넣어주면 5층 밀도탑이 완성된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인근에 위치한 소금물의 물감 색이 뚜렷하게 구분되어지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무지개를 생각하고 빨강색 위에 주황색탑을 세운다고 하면 색이 비슷하여

선명하게 구별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미적 감각과 색감을 확인할 수 있다. (융합 수업이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로는 밀도가 다른 소금물을 넣어줄 때 정말로 조심스럽게 한 방울씩 떨어트려야 한다는 점이다.

밀도 차이가 나도 한 번에 빠르게 많은 양의 소금물을 투여하게 되면

위에서 내려오는 중력값이 밀도 차이를 극복하여 서로 섞이게 되면서 실험이 폭망하게 된다.

망하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실험 시간이 항상 충분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는 퐁~퐁~퐁 수준으로 시간차를 두면서 조금씩 넣으라고 알려주었다.

운동할 때 힘을 주는 것보다 힘을 빼는 것이 더 힘든 것처럼

실험은 힘을 빼고 조금씩 천천이 하는 쪽이 대체로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러나 아직 힘을 빼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이다.

몇번의 실패를 거듭하고는 요령을 습득하게 된다.

이런 실험을 하는 학생들을 잘 살펴보면 밀도 개념에 대한 이해도도 점검할 수 있고

실험하는 방법에서의 세밀함과 정교함을 갖춘 학생들을 구별해내기도 쉽다.

그래서 과학교사 임용 2차에는 실험 평가를 하게 되는거다.


실험에 성공한 조에게는 막대 사탕을 하나씩 주어 성취감을 높여주었다.

역시 보상이 있어야 무엇이든 열심히 하기 마련이다.

실험 수업을 하면 목이 많이 아프다. 다리와 허리는 물론이고 열심히 사방을 살펴보느라 눈도 아프다.

그러나 학생들은 실험 준비가 되어 있는 과학실에 오면 즐거워한다.

중학교에서의 실험이 일평생 마지막 실험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목 아프고 온몸이 아픈 것을 참아본다.

그게 싫은 사람은 실험 수업을 하지 않고 이론으로만 과학 수업을 진행하는데 나는 그것이 더 힘들다.

한번 직접 해본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엄청나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일거다.

나에게 실험 수업의 보상은 아그들의 신기하고 밝은 표정이다. 실험후에는 그 표정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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