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과로가 오늘에 미치는 영향

오늘은 회복 모드 중.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오랜만에 원없이 수업을 풀로 진행하고 나서

오늘은 물먹은 하마가 되어 늘어져있다.

풀 방전 상태이다.

어제 저녁 WBC 체코와의 국대전도

1회 만루홈런이 터지는 것까지만 보고

승리를 예감하고는 이른 잠에 들었었다.

1,2회 경기의 흐름을 보면 대충 승패의 감이 잡히는 신기한 느낌이 있었다만

작년 불꽃야구 경기는 꼭 그렇지도 않았었다.

내 감이 떨어졌거나 아니면

불꽃야구 선수들의 역전승을 하는 기운이 높았기 때문일수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야구 승패도 확인하고

경기 하이라이트도 다 찾아보고

아침을 차려먹는 것 까지는 평소와 다름없었는데

아침을 먹고 나니 다시 졸음이 몰려오는 것이

첫 수업의 긴장이 풀려서이기도

어제 오늘의 기운까지 너무 많이 당겨쓴 것이기도 하다.


배가 고파와서 먹고 싶었던 오징어볶음과 감자국을 해서 점심을 먹을때까지는 또 괜찮았는데

먹고 나니 또 졸린다.

다음 주 월, 화, 목의 강의 준비도 마무리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제 조금은 심심한 날이 줄어든다고 좋아라했었는데

중간이 없다.

너무 심심하거나 너무 과로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따라서 금요일은 하루 종일 쉬는 날이 될 확률이 높다.

모든 일을 미루고 다시 뒹굴뒹굴 누워있었다.

내 발 아래 누운 고양이 설이와 함께.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쓰레기를 버리고 두부와 양배추를 사가지고

골프 연습장에 들렀는데

몸이 힘드니 공이 잘 맞을 리가 없다.

스크린 골프에서 좋다는 골프장은 다 돌아다니는 중인데(실제로는 회원제 코스라 못가본다.)

명문 골프장의 공통점은 길이가 너무 길다는 점이다.

그러니 가급적 멀리보내고 싶어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모든 운동은 몸에서 힘을 빼는 것이 고수가 되는 길이다.

어제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에서 홈런을 친 선수의 스윙을 보라.

힘을 쫙 빼고 부드럽게 공보고 공만 맞추는 것이 아니더냐.

그런데 그게 그렇게나 힘이 든다.

그리고 그 수천번 연습한 스윙이 어제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 다르다는 것이 참으로 믿어지지 않는다.

나도 그런데 선수들은 얼마나 기가 차겠는가?

적어도 나는 운동보다는 공부가 훨씬 쉬웠다.


일요일 오후 남편과 서울에 올라갈 때까지

대학 강의 자료 완성본을 사이버캠퍼스에 올려두는 것이 목표인데

그 임무는 내일의 내가 힘을 내서 완수해주리라 믿는다.

오늘의 나는 고추장풀어 애호박찌개 끓이고

두부와 남은 호박 구운 것으로 그 역할을 마무리하려 한다.

하루 힘을 썼으면 하루 쉬는 것이 맞는데

어제 야구 잘했고 오늘 하루 쉰 대표팀이

과연 내일 우리에게는 버거운 상대가 틀림없는 일본과의 힘든 승부를 잘해낼지는 알 수 없다.

내가 응원은 열심히 해보겠다만.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 몸에 힘을 빼는 것.

그것이 말처럼 쉽다면 누구나 다 운동선수 할 것이다.

어제의 과로가 오늘의 내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이리 지대하다.

오늘 푹 쉬었으니 내일의 나는 생생할 것이라 믿어본다.


(오늘 대문 사진은 새들이 제 고향을 찾아가는 듯한 순간을 포착한 후배의 사진이다. 계절이 바뀌어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아마도 기쁜 일일게다. 새들의 마음을 다 알수는 없지만.)

작가의 이전글개똥철학 피력하기(애정행각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