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거나 익숙하거나
남편은 대학병원 일곱시 반까지의 각종검사로
나는 아들 녀석이 그간 사용했던 자동차를 받아
대학 강의를 나가러(해외 출장이다. 아들은)
일찍 동생 집에서 길을 나섰다.
익숙한 동네이지만
이 지역에서 이 시간 출발은 언제였던지
못해도 십오년은 된것 같다.
남편에게 버스 정거장을 알려주고
당부 사항을 일절만 이야기하고(엄청 질색한다)
나는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남편이 삼십여년전 술먹고 귀가하다 칼치기를 당한
그 장소도 지나면서 말이다.
백화점 지하를 지나면 오목교역이다.
불을 환하게 밝혀주어 나같은 쫄보겁쟁이를 도와준다.
바닥 청소자동차가 돌아가고 있고
꽃집에는 벌써 꽃시장에서 떼온 꽃들을 손질하고 있다.
자연의 생명력있는 꽃을 좋아라하지만
노란 푸리지아 다발에는 눈길이 안갈 수가 없다.
지하철역의 커피, 빵, 김밥 가게들은 대목 장사 시간을 준비한다.
아마도 이 아침이 대목일것이 틀림없다.
생각보다 지하철 5호선에도 승객들이 꽤 있다.
일찍 출근하고 학교에 가고 어딘가를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가고 있다만
모두가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평소 이 시간에 나타했던 나를 반성하며
간신히 운좋게 자리를 잡고 이 브런치글을 쓴다.
집에서 쓰는 글과
기차나 지하철에서 쓰는 글의 비율이
이제 곧 5대 5가 되려한다.
그래도 앉을 수 있는 5호선이 나을게다.
곧 2호선으로 갈아타면 아마 몸 가누기도 힘들어질지 모른다.(앗 2호선이 널널하다. 이런건 처음본다.)
오랫만인 서울의 아침.
여전히 모두들 바쁘고
나는 낯설거나 또는 익숙한 것들의 연속이다.
(오늘 사진은 지난주 목요일 아침 서울의 달이다.
달은 어디서나 똑같다만 느낌은 조금씩 다르다.
늘상 다니던 퇴근길의 지하철 2호선의 경로와 분위기가 이리 다른 느낌일 줄이야. 배가 고파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