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든 초보는 쉽지 않은 법이다.
퇴직 후 일년쯤 끊임없이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으러 다니는 하이에나가 되어봤더니
(멍하니 쉬고 있는 순간을 엄청 못견뎌한다.)
현재 구인 구직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알 것 같고
(막 대학을 졸업한 조카 녀석도 있는데 취업이 쉽지 않단다.)
대학교 4학년 2학기에 졸업도 하지 않은 아들 녀석을 덜컥 뽑아준 그 회사에 대한 고마움도 엄청 커졌고
(물론 10여년전이라 지금의 취업 상황과는 달랐고 여전히 일의 양은 많다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이야기를 실감하고 있는 날들이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을만한 강의 위주의 다양한 공고들을 섭렵하고 나니
이제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기도 하다.
공고는 공고이지만 사실상은 위장 공고인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즉 그곳에서 일을 하던 전임자가 있는데
연속적으로 고용하기에는 법적인 절차가 있어서
형식적으로 공고를 올리기는 한다만
실제적으로는 그 일을 계속 하고자하는 잠재적인 내정자가 있는 경우이다.
사실 그 업체 입장에서 본다면 일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업무의 안정성으로 보나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성으로 보나
전체적으로 쉽고 연계성도 확보하는 것이 된다.
물론 그 일을 하던 사람의 입장에서도 그러하다.
약간의 암묵적인 무기계약직종인 셈이다.
이런 구인 공고의 특징을 이제서야 알겠다.
대부분 서류 마감에서 면접이나 합격자 발표에까지 걸리는 시간이 엄청 짧다.
검토와 고민의 시간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월요일에 공고를 올리고
목요일에 지원서 마감을 하고
(긴급의 경우는 공고시간을 3일만 줘도 된다.)
금요일에 1차 합격자를 발표하고
월요일에 면접을 하고
화요일에 최종 합격자 발표를 하는
그런 시스템의 공고들은 대부분 그런 셈이다.
업무를 보는 담당자가 그 일만 하는 것이 아닌
학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학교에서 그렇게 일사천리로 일이 지행될 수는 없다는 것을 적어도 나는 잘 알고 있다.
심사나 평가 아르바이트는 더욱 더 해당자가 되기가 힘들다.
대부분 교육청의 작은 사업을 담당하는
예산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사업에 입찰하는 업체는 1~2곳 내외이고
그 업체들이 선정한 대상들을
고득점자부터 심사자로 배정하는 방식인데
몇 번 배정되어 들어가봤는데 도무지
심사자 선정의 기준이나 이유는 딱히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추첨인 경우도 있다.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서 무슨 첩보전처럼
연락이 심사일 직전에 오게 되니
그 시간을 마냥 비워두기도 아니기도 애매하다.
물론 이 과정에 내정자가 있다면 말이 안되는 시스템이다. 그것은 부정과 직결된다.
이런 어려운 선정 과정을 거치는 아르바이트 말고
사실 요사이 해보고 싶은 아르바이트가 있기는 하다만
나 같은 시니어 아르바이트를 쓸지는 모르겠다.
나의 희망은 대형 카페 아르바이트이다.
맥도날드에서는 시니어 직원이 퇴직했다는 기사도 봤다만
맥도날드는 내가 햄버거를 좋아라하지도 않고
기름 냄새를 힘들어하므로 패스인데
(물론 그곳에서도 나를 받아줄 마음은 없다.)
커피를 좋아라하지는 않지만 커피향은 좋아하고
그곳에 낮게 깔리는 음악이 나를 즐겁게 하며
어떤 때는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생동감을 느끼게도 혹은 여유를 느끼게도 해주는
대형 카페에 목말라 있는 요즈음이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것은 내가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카페의 멋진
이미지이지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처리하는 직원이 되어서 느끼는 것들을 백팔십도 다를 것이다만.
꼭 커피를 만드는 그 작업은 아니어도 된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다.
뒤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물품 지원등을 하는 간단한 그러나 바쁜 오전 3시간 정도의 아르바이트라면 딱 좋겠다.
기분 전환용에 체력 단련용으로 말이다.
누가 나를 그런 곳에 딱 채용해주면 좋겠다만
그런 기회는 사장님 빽 아니면 힘들 것이고
그것은 지속가능하거나 공정한 채용 시스템이 아니다.
그걸 잘 알고 있으니 그냥
유튜브로 카페에 깔리는 음악이나 듣고
집에서 인스턴트 봉지 커피 타서
에이스 과자나 적셔 먹는 것으로 대체한다.
그나저나 오늘 아침에 열리는 야구 경기를 피해다녀야하는데(나의 응원 방법이다)
어떤 묘수가 있으려나.
일찍 아침을 먹고 골프 연습장으로 도피해볼까나 싶다.
이 시간에 여는 카페가 이곳에도 있다면 참 좋겠다만
그렇다면 내가 아침 일찍 알바를 지원해 보겠다만.
내가 아침잠은 없지 않나.
오픈 준비하는 알바에는 딱인데 말이다.
오픈 준비를 완벽하고 멋지게 해놓고 사라지는
그런 키다리 아저씨같은 알바생 말이다.
그 곳이 오늘 대문 사진처럼 식물들이 놓여진 카페라면 더더욱 좋겠다.
식물에 물주고 관리하고 의자나 가구 청소하기는
내가 경력직 아닌가?
이 땅의 오늘의 구직자들 모두 화이팅이다.
무슨 직종이든 어떤 일이든 초보는 힘든 법이다.
(야구 중계를 피해서 골프 연습장에 왔더니
아마도 이런저런 이유로 집에서 야구 중계를 볼 수 없는 아저씨가 오자마자 티비를 켰다.
소리만 들리는데도 공이 안 맞는다.
골프를 못하는 101가지 이유에 추가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