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가는 날은 바쁘기만 하다

비모닝, 꽃모닝 그리고 굿모닝

by 태생적 오지라퍼

일주일에 목요일 한번은 서울을 가는 스케쥴이고

그날은 어쩌면 강의에만 오롯이 신경과 체력을

모두 다 소진하는 날이라

서울에서 해야할 혹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면

수요일에 올라가서 하루 자고 강의를 하고 오거나

아니면 목요일에 하루 자고 금요일에 일정을 보거나 이렇게 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지난주는 목요일 아침에 올라갔다 당일에 내려오는 경우의 수를 해보았고

(조금은 다음 날 힘들었다만 할 만 했다. 아직은)

이번주는 실험이 예정되어 있는데 준비 상황을 점검해야해서

일찍 학교에 가서 상황을 점검하려고

오늘 올라가서 겸사겸사 일도 보고 내일 강의 후 내려올 계획이다.

그런데 할 일이 많은데 비가 온다.

분명 절기상으로는 봄비가 맞을텐데 왜

나에게는 추위로 회귀하는 겨울비처럼 느껴지는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장거리 운전을 해야하는 월, 화요일에 내리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만.


비 예보가 있어서 노트북을 가지고 서울에 가려는 야심찬 계획은 포기하고

겉옷도 생활방수가 되는 것을 선택하려 하고

할 일을 계획한 것은 무려 6개 정도 된다만

꼭 오늘이 아니고 다음 주도 가능한 것은 가급적 패스할 생각이다.

태양관측 안경은 꼭 오늘 받아야하고

거기까지 갔다면 혈압약 병원도 들리는 게 맞고

전시회는 22일까지라니 봐야하는게 맞고

물론 아들과의 점심은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고

줘야할 것도 있으니 어쩌면 오늘 서울행의 목적이기도 하다.

어제 대학 강의를 하면서 다음 주 강의 주제를

마음 속으로 변경하였고

(작년과 순서와 포맷 변경이기는 하다만)

따라서 주말에는 가열찬 강의 자료 준비가 예정되어 있으니

오늘은 봄비를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으로

(그렇게 쓰고 사실은 내일 강의 준비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만)

가고 싶었던 대형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련다.

비가 오는 거리를 걷는 것은 싫지만

비가 내리는 거리를 큰 창을 통해 내다보는 것은 낭만적이다.

아마도 나의 첫 사랑이 알려준 낭만일게다.

그래도 딱 거기까지만 비가 괜찮고 비 자체가 좋아진 것은 절대 아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꽃들이 쑥 피어오르려나 모르겠다만

갑자기 모두 다 활짝 피는 것말고 하나씩 숨어있다가 피어나는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만 볼 수 있는 그런 기쁨을 원한다.

세상 모든 일 열성과 노력을 쏟는 사람에게 무언가 보너스가 조금은 있어야 살만한 것 아닌가 모르겠다.

오늘 서울에서 매화꽃을 볼 수 있다면 반은 성공인데

많이 폈다는 장소는 SNS를 통해서 정보를 입수했는데

그곳까지 다녀올 동선과 시간과 체력은 되지 않는다.

그냥 우연히 오늘 나의 동선 중에 소소한 꽃들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렇담 많이 기쁘겠다.

비모닝. 꽃모닝. 그리고 굿모닝이다.


(대학 교양교육원 사무실에는 늘상 꽃이 함께 한다.

이번 학기 정년퇴직이신 교수님이 평생 그러셨단다.

대단하고 고맙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안다.

내 그림으로는 그 꽃들의 어여쁨을 담을 수는 없다.

덕분에 실내 꽃 구경은 실컷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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