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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May 24.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37

수업 종 치는 소리

월, 화, 수까지는 수업이 너무 많다.

다른 업무라고는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수업이 많으니 헉헉대기 일쑤이다.

목요일이 되어야 한 숨 돌리게 된다.

어제는 수업이 없는 시간을 활용해서

다음 주 융합 과학 동아리 녀석들과 책 사러 갈 계획도 결재 받고

과학고 체험 투어도 확인해보고

여름방학식날 당일로 진행할 지질답사 행사 관련 사항도 점검하고

더 중요한 기말고사 문항도 정리하였다.

교사가 수업 시간만 수업하고 이외의 시간에는 한가할 거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해야 할 일이 끊임없이 생기니까 말이다. 담임일 경우는 더 하다.

언제 학생들의 방문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방문의 사유는 참으로 다양하다.


7교시가 끝나고는 작년의 멋진 졸업생들이 학교 방문을 했다. 쌍둥이 영재도 함께 말이다.

그 사이 중간고사를 보고 많이 힘들었는지 얼굴과 목소리를 보고 들으니 단번에 알겠다.

목소리는 작아지고(특유의 신나고 활기찬 목소리톤이 성숙된 목소리로 변하였다.)

키는 조금 커지고(말라서 그렇게 보인 것일 수도 있겠디.)

자신감이 조금은 사라진 모습이었다.(평소에는 어깨 뿜뿜이었다.)

그래도 학교에 찾아온 것을 보니 이제 조금씩은 회복 중인걸 알겠다.

회복탄성력이 없는 학생들은 학교에 찾아올 엄두도 내지 못하는 법이다.

파이팅을 해주는 많은 선생님들의 격려를 듬뿍 받아갔으리라 생각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선생님들은 학생에게 멋진 격려를 주는 것이 학교에서의 가장 좋은 선순환이다.

어제 나는.

무서운줄 알았는데 마음 따뜻한 선생님이시다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었다.

이것이 학생들에게 받는 멋진 격려이다.


어제는 글쓰기 대신 저녁 산책 겸 장보기를 선택하였다.

대학교를 지나서 대형 마트에 가는 길을 택했는데 마침 대학교가 축제 기간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대학축제의 현장은

인생의 가장 멋진 한 순간을 보내는 밝은 표정이 살아있었다.

프로그램 운영 부스보다 먹거리(술이 빠지지 않고 있더라) 부스가 더 많기는 했지만

그래서 잠시 노파심에 걱정을 하긴 했다. (그것 또한 한때이기는 하나 술을 조금 줄였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울려 퍼지는 밴드 연주를 보고 우리학교 밴드를 생각하고(붉은 노을 연주는 우리가 더 잘하는 것 같았다.)

쌍둥이 영재를 비롯한 친구들이 대학생이 되어서 이런 축제를 즐기게 될 날을 기원하고(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대학 축제를 기억하느라 애써보면서(그렇게 열심히 축제를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오랫만에 꽃보다 사람을 보았던 저녁 산책이었다.

아침 도시락용 어니언양파 베이글과 치아바타 식빵, 과학실에서 키울 스윗바질 그리고 올 첫 참외를 사들고 왔다.

참외 두개를 깍아서 나누어 먹고는 일찍 잠을 잤다.

푹 자고 일어난 아침. 베이글을 선택할지, 식빵을 선택할지 그것이 문제이다.

먹거리나 수업 방법이나 세상의 모든 삶에서 선택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선택이 끝나고나면 1교시 수업종이 친 것과 마찬가지이다. 돌이킬 수 없을 때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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