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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May 27. 2024

스포츠 사랑 4

낡은이에서 늙은이로의 입문

어제 암표관련 격정토로의 글을 쓰고도 오늘까지도 분(?)이 풀리지 않았나보다.

심난한 마음으로 아침 일찍 지하철 출근길에 나섰다. 다른 날보다 30분은 일찍 나섰을게다.

지하철에서 그간 못 본 인스타도 보고

쓰레드에 간단한 생각도 끄적이는 것이 나의 일상인데

오늘은 어제 쓴 브런치 암표 관련 글을 다시 꼼꼼이 읽어보았더니 내가 놓친게 있었다.

암표상들의 매크로 대량 티켓 구입도 문제점인 것은 맞는데

더 중요한 것은 나의 느린 반응속도로는 티켓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좌석의 포도알까지 30여번은 보았으나 번번이 놓치는 나의 속도로는

인기 있는 공연이나 이벤트의 티켓팅은 이제 내 힘으로는 못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체험한 것이었다.

아들 손을 빌리지 않고는 이젠 할 수 없다. 받아들이기는 많이 힘들지만...

냉철한 자기객관화의 부족이다.

이제 나는 낡은이를 거쳐 늙은이 그룹에 들어섰고

키오스크로 되어 있는 메뉴 주문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하철 카드 리딩할 때 나오는 “행복하세요” 음성에 아련해지기도 하고 (아직 나는 해당되지않지만)

그렇지만 아직 노약자석에 앉는 것은 싫은 그런 어쩡쩡한 나이이다. 받아들여야만 한다.


사실 어제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애써 모른 척 했을뿐. 아닌 척 했을뿐.

오늘 아침은 그걸 인정하게 된 거고 그래서인지 하루 종일 마음이 울적하고 심난했다.

자질구레한 공문들을 보는데 신경질이 앞섰다.

바꾸려해도 전혀 바뀌지 않는 그들의 업무 태도가 심하게 거슬렸다.

1월에 배정받은 자신의 업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공문을 내려보내는 그들에게 화가 났다.

질의를 하면 “작년에도 그렇게 했는데요.” 라는 답변을 내놓는 사람은 일을 지독하게도 못하는 사람이다.

일을 잘하는 것은 바라지 않고 중간이라도 되어야 하는데

중간이 되려면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여하튼 오늘 공문들은 모두 중요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일 할 기분도 나지 않게 하는 것들이었다.


기분이 꿀꿀하니 기체의 용해도 실험을 하는데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아마 아그들도 눈치챘을 것이다. 선생님이 오늘 신나지 않았다는 것을...

평소 실험 때는 유투버들의 라이브 방송때처럼 신나서 실험을 진행했는데

오늘은 시무룩하고 기운이 없어보였다는 것을...

실험 후 남은 탄산음료를 신나게 나누어 먹는 아그들을 봐도 웃음이 나질 않았다.

아직 낡은이에서 늙은이가 되어도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마음을 감추는 일이다.

표정과 태도에서 멘탈을 잡는 일은 아직도 쉽지 않다. 수양이 부족한 탓이다.

이제 문화공연이나 스포츠 이벤 티켓팅 욕심은 다시는 내지 않으리라 마음을 다스려본다.

그냥 시간이 지나서 방송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마음을 비웠다.

내가 가고 싶었던 이벤트는 <최강야구> 직관이었다.


사람 일 참 모른다. 이글을 쓴 후 다시 티켓팅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불타오른다. 롯데와의 사직 직관이라니. 내 인생에 롯데 응원단을 볼수 있을수도 있다니. 아이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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