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시 살았던 용산

그때보다 좋아졌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주말 기차표는 한참 전에 끊어둔 것이다.

그때 일정은 제자들과의 이른 저녁 약속밖에 없었고

늦은 오후 출발 상행선 기차표는 이미 매진이라

9시반 출발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기차가 이렇게 사랑받고 있는 교통수단인것은

조치원으로 내려오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기차는 입석까지 꽉 찼고

에어컨을 벌써 틀어주었으며

여전히 울려대는 핸드폰 벨소리로 피로감을 느꼈고

이쁘게 단장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좋을 나이와 좋은 시기이다.


용산역에 내려서 아들 녀석 줄

침대 여름용 시트를 사물함에 보관하려는데

시작이 안된다.

어느 나라 말을 쓰겠느냐부터 눌러야는데

매뉴얼에 그건 쏙 빠져있다.

뒤에 자주 써봤던것 같은 젊은이가 보다못해

버튼을 눌러준다.

화가 나기 시작한다.

물론 직관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한 나에게이다.


그리고는 4년 정도 내가 살았던 익숙했던 곳들을 천천히 둘러본다.

캐치테이블로 예약해둔 식사 시간은 아직 멀었다.

용산박물관은 더 정교해졌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따가 음악회나 들어볼까)

옥상정원의 꽃들은 종류나 부피가 풍성해졌다.

시간과 담당자의 노력의 결과일게다.

내 산책 지분의 50%를 차지했던 서빙고근린공원도 한바퀴 돈다.

못보던 쉼터도 생기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인근 주민들도 평화롭고

나만 이곳에서 떠밀렸나하는 쓸쓸한 생각도

아주 조금은 든다만

이곳 거주자들도 잘 모르는 비밀의 숲길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많이 걸으면 그만큼 점심이 맛날것이다.

내가 잠시 살았던 용산역 주변은

자의적인지 타의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만

좋아졌음에 틀림없다.

낡고 구겨지고 망가진 모습보다는 백배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