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셀프 봄 선물 예약

이 정도의 사치는 나에게 허락하려 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제 아무도 나에게 선물을 줄 사람은 없다.

이전에도 그렇기는 했다만

더더욱 특별히 축하받을 일이라고도 없다.

아들 녀석 결혼을 알리기전에는.

내가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을 주는 일 밖에는 없다.

돌려 말한 거지만 금융 치료 차원이다.


얼마 전부터 바다가 그리워지는 불치병이 발동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었다.

예전부터 응원이 대단한 사직 야구장에 한번쯤 가보고 싶기도 했었다.

내가 그 응원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한번 느껴보고는 싶었더랬다.

사실 내가 야구 선수 최초로 실물을 영접한

<최동원> 선수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당대 최고의 실력과 배짱을 겸비한 <최동원> 선수를 나는 대학 축제 마지막 날 보았었다.

야구를 좋아라 하는 여자들이 별로 없던 시절의 여대였다.

나 말고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어보였지만

덩치가 큰 야구 선수들이 떼거지로 들어오자

그 아우라와 분위기가 남달라서 누구냐고 수근대기는 했었다.

그때 조금만 내가 미모에 자신이 있었다면 사인이라도 받아두었어야 했는데.

<마. 한번 해보입시더.> 라던 그의 말이 이렇게 빨리도 사라질 줄은 몰랐었다.

지금같으면 있을 수도 없는 역투에 역투를 거듭하던

그 시대의 롯데를 보고 박수를 쳐주지는 못했다만

한번은 사직구장 그의 동상앞을 가보고 싶기는 했었다.


5월 2일 내가 좋아라하는 <불꽃야구>가 부산에서

롯데 2군 선수들과 직관 경기를 한다는 안내가 있었다.

바다도 볼겸 야구도 볼겸 일석이조의

나를 위한 셀프 봄 선물 찬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를 보고 심사 아르바이트를 하려 지원했었으나

심사위원당첨이 되지 않았었는데

(올해 당첨율이 저조하다.)

오늘 두시 나는 금손이 아니라 멋진 좌석은 아니지만

내 좌석 티케팅에 성공했고

어렵사리 기차표도 획득했고(이제 기차표는 조금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 티켓팅 성공에 탄력받아 사직구장 근처 숙소도 예약을 완료했다.

물론 날이 날인지라(5월 근로자의 날 이후 연휴이다.)

호텔 가격은 꽤 나간다만

부산 앞 바다 구경하는 값에다가

야구보고 불꽃놀이 보는 값이라고 생각하련다.

그때까지 중환자실의 시어머님이 잘 버텨주시기를 바라는 일만 남았다.


겨울 담요 세탁 맡기고

이불은 고양이 털이 너무 많아서 그것만 따로 집에서 세탁기 돌리고

청소기 돌리고 또 돌리고

콩불 만들어서 먹고

새로 생긴 헤어샵 오픈 10% 할인에 혹해서

내일 강의 대비(강의가 아니라 시험 감독이다만) 드라이를 하고

여름 방학 중 아르바이트 강의 하나를 추가 확보하고

나름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제 저수지 산책만 다녀오면 되겠다.

그 사이 꽃들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이제 벚꽃은 다 떨어졌다.

땅 바닥에도 없다.

시간의 흐름이 그런것이다만.

나는 이제야 2026년의 봄이 되었다고 인정하련다.

셀프 봄 선물까지 예약을 완성했으니 말이다.

이 정도의 사치는 나에게 선사해도 된다고

누군가가 말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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