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짝사랑 전공이다.(1)

기억도 안나는 시절이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유치원의 기억은 나름 강렬하다.

빵모자와 치마 교복으로.(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빵모자 착용이었다. 터질듯한 얼굴이 사진에 남아있다. 앞니는 빼졌고.)

그런데 친구들 기억은 별로 뚜렷하지 않고

더군다나 마음에 드는 남학생 기억은 없다.

국민학교에 들어가서는 대부분 나보다 키가 작고

(내 지금 키가 국민학교때 키이다.)

고무줄이나 끊고 달아나고

애써 묶은 머리나 헝클어트리는

덜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그 시절의 남학생 동기들에게 호감을 느끼지는 못했었고

그들은 나를 무서워했다.

학급 반장이었고 떠드는 사람 이름을 칠판에 기록하는 절대 권위자였고

키로보나 덩치로보나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 시대 4킬로가 넘게 태어난 우량아였다.


그랬던 내가 6학년때쯤 전학온 남학생 한 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미남형에다가(나는 얼빠일지도 모른다.)

키도 훤칠하고(키가 중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아마도 학교 축구부 주장인가 그랬다.

선수를 희망하는 축구부 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야구부였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내 모교에는 선수를 위한 야구부가 있다.

자꾸 무얼하는지 궁금했고

동선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보기 시작했고

졸업하고 더 이상 못본다는게 섭섭하게 느껴졌으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고

아마도 걔는 나의 존재는 알았겠다만

(전교 부회장이고 졸업식에 답사를 읽었고

나름 유명인이어서)

나의 마음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될 만큼의 긴 시간도 아니었다만

그 시간동안은 학교가는게 즐겁기만 했다.

그게 내 짝사랑 놀이의 시작이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하씨였다는것만 어렴픗한데

오늘 출근길 운전 중에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다음 기회에 생각이 나는대로 계속 써보겠다.

짝사랑도 다 같은 짝사랑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