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유증이 남아서 그렇지.
오늘 강의는 현장 체험활동이었다.
공룡 + 동물 + 식물 + 놀이기구가 커다란 산 하나에 모두 모여있는 곳이다.
아무리봐도 그렇게 꾸며놓고 가꾸는데
큰 돈을 벌 수 있지는 않을 듯한데
(오늘 오후 관람객은 어린이집 친구들 한 팀과 우리 팀 그리고 가족 단위팀 한팀이 모두인 듯 했다.)
무언가 사명감이나 맥락이 있지 않고는
그런 문화 사업을 할 수는 없지 싶다.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남학생들은
공룡 홀릭의 시기가 분명히 존재한다.
생각해보면 하나뿐인 아들 녀석은 공룡 인형 사달라고 그리 졸라대지는 않았다.
오로지 레고 블록 만들기였고 그 이후에는 축구였다.
지금도 축구 사랑은 변함없는 것을 보면
아직도 축구하느라 여기 저기 다치는 것을 보면
그렇게도 좋을까 싶다.
아들 녀석의 두 번째 짝사랑쯤이 축구인 것 같다.
나 같으면 S대 체육교육과 입시에서
축구 시합에서 극적인 골을 기록했음에도
예비 1번으로 불합격을 한 그 시점부터
축구랑은 아예 담을 쌓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오늘 딱 좋은 날씨에 산책과 관람을 즐긴 수목원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공룡 전시물과 기타등등이 있었다만
학생들마다 마음에 와닿은 것은 모두 다 달랐다.
대학생쯤 되니 공룡이 마음에 와닿지는 않을 나이인게다.
그래도 아직 그 나이는 식물보다는 동물이 더 눈에 들어오는 듯 했고
다행히 많은 내 머릿속의 우려가 있었으나 깔끔하게 진행되었고
나는 공룡 카페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인
공룡빵을 하나씩 사서 나누어주는 것으로
오늘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다음 시간에 온라인 전시장으로 꾸며볼 예고도 하고 말이다.
학생들에게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 것인데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여자 중학교를 다녔으므로
그리고 남녀가 유별한 시기였으므로
중학교때 기억에 남는 짝사랑은 애매모호하기만 한데
내 그 시절 짝사랑의 대상은 아마도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다들 그랬듯이 대학교를 막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가 2학기에 발령을 받은 짧은 머리의
S대 출신의 신규 영어 선생님께 잘보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고 슬며시 생겼었다.
그때 아마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 이전의 영어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교과서를 통째로 외어서 매일 앞에 나와서 외운 것을 발표해야 하는 시스템이셨다.
단순 무식한 방법이기는 했으나 시험볼때는
세상 편하기만 했고 자신감도 있었다.
몽땅 다 외웠으니 말이다.
그런 스파르타 교육을 받다가 2학기에 갑자기 말랑말랑 신규 남자 선생님으로 바뀌니
우리는 모두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는데
하필 그때가 수동태, 능동태가 나오는 문법의 고비였다.
뭐라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는 내용인데
뭐라 딱히 모른다고 하고 물어볼 용기는 절대 나지 않았다.
친구들은 왜 그리 첫사랑을 물어보고
노래를 불러달라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나는 거기에 장단을 맞추지는 않았다만.
<My Way> 같은 팝송을 가르쳐주고
아마 기타도 쳐주셨던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사실 문법이 더 중요했다. 지나고보니.
그래도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기는 했다만
이전 막무가내 스파르타 선생님때보다 성적은 나오지 않았었다.
여중에 신규 남자 교사를 발령내는 것은
피할 수 있음 피해야한다는 엄중한 사실을
(그 시기가 그런 시기라는것을)
한참 지나서 내가 교사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선생님을 좋아라하면 성적이 올라가야 마땅한 것인데
나는 그 반대였고
그래서 영어 교과가 두려워졌고 아직도 영어 울렁증이 심하다.
영어 선생님이 내 짝사랑의 대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만
그로 인한 휴유증은 분명히 오래동안 남아있다.
아마 선생님의 결혼식때도 우리가 왕창 몰려갔었던 것도 같은데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립 여자고등학교로 진학하니 젊은 남자 선생님은 한분도 안계셨었다.
선생님을 좋아하지 말고 교과를 좋아했어야한다.
그게 실속있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