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편해지려고

모든 일은 거기서 출발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는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잘 풀려서

힘이 안들고 멋진 산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머리속 생각이었고 몸은 힘들었던 것일까

밤새 화장실 한번 안다녀오고 생각보다 푹 잤다.

물론 두어번 깨서 핸드폰으로 시어머님 이상 여부는 체크했다만.


오늘 강의 두 개는 30여분 활동 후

중간 서술형 평가 시감만 하면 되니

머릿속으로는 역시 노동 강도 하라고 생각된다만

하고 나서 또는 하는 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

일단 시험 보는 날인데 지각이나 결석생이 없어야하는데 말이다.

요주의 인물이 있기는 하다.

아르바이트를 한다면서 2시간 수업 중 한시간 반쯤 지난 다음에 들어오는 학생이 있다.

벌써 세 번 정도 그랬었다.

출석을 어떻게 처리해야할까도 고민이다.

오늘은 시험이라 그러면 거의 빈 시험지 제출일텐데.

강의 나가는 고등학교도 오늘 <통합과학> 시험일인데

아무런 일 없이 잘 지나가기를

먼 곳에서 기도할뿐이다.

아무리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시험을 못보면 기분이 꿀꿀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텐데 말이다.

물론 잘본다의 기준은 모두 다 다를테지만.


오늘은 조금 일찍 출발해서 이천 호국원에 계신 부모님을 뵙고 대학에 가려 한다.

어버이날 즈음이니 한번 뵈러 가는 것인데

(그때는 연휴 기간이라 길이 막힌다.)

꼭 가야하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 마음이 편해지려고 가는거다.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마음인거다.

아버지는 부산 출신이고

부산을 사랑하셨던것은 틀림이 없고

부산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아래에 묻히기를 희망하셨었다만

그렇게 해드리지 못해 마음 한 구석에는 죄송함이 남아있다.

그래도 먼 부산이고 관리가 필요한데

자식들이 죽고 나면

손자들에게 이 일을 해달라고 넘길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내 삶이 죽어서까지 누군가에게(물론 아들이나 손주들이겠지만) 폐가 되고 싶지는 않다.

아마 엄마, 아버지도 그러실 것이다.


그리고는 문득 주말 부산 여행에서 시간이 되면 해야할 일을 찾았다.

바다만 멍하게 쳐다보는 그런 시간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만(이동 거리가 만만치 않다.)

할아버지, 할머니 묘지를 찾아뵙는 일이다.

어제 봉분의 위치와 묘지 찾아가는 방법까지는 파악해두었다.

찾아뵙는다면 거의 15년쯤 되는 것 같다.

아버지, 엄마와의 마지막 여행길이었다.

작년 부산행에서 고모 묘지를 방문해서

눈시울을 잠시 적셨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왜 가느냐 묻는다면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라는 답밖에는 없다.

부산에 내려서 묘지도 가고 바다도 보고 야구도 보고

모든 것을 다하고 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만

아버지를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셨을지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오고 싶기는 하다.

아마도 내 마지막 방문일지도 모른다.

그럴 확률이 99%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 맞나보다.

어버이날 즈음에는 이리 갑자기 한시적으로 효녀가 된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내 마음이 편해지려는 이기심에서 출발하는 것이건만.


(오늘 대문 사진은 후배가 찾아주고 변형 시켜준

AI 그림이다.

나와 고양이 설이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바다이다.

뒷 모습이라 늙은 얼굴이 안나타나서 엄청 좋다.

마음에 쏙 든다.

겁쟁이 고양이 설이도 바다를 좋아할지는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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