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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03. 2024

음악이 주는 울컥함, 두번째

레트로가 주는 묘함

나를 잘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대부분은 즐겁지만

어떤 때는 나를 들킨 것 같아 마음이 뜨끔하기도 하다.

주말에는 오래된 제자들을 만났다.

제자들이라고는 하지만 아들의 늦어지는 결혼을 함께 걱정하는 이제는 오래된 친구와도 다름없다.

그들이 정년퇴임을 앞둔 나를 위로해주고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루를 꾸며주었다.

기쁘고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내가 해준 것 보다 이제는 받는게 더 많아졌다.

맛난 일식 오마카세를 먹고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늙지않은 요리사의 혼밥 레시피에서 이야기해 보겠다.)

2차를 가자하더니 낡은 건물 4층 LP바로 나를 이끌었다.

출입문 하나 사이로 대학생이던 내가 보이는 듯한 모습 그대로인 곳이었다.

레트로가 유행이라고 하더니 정말 맞나보다.

더구나 그곳에서 옛날 팝송을 듣고 있는 젊은이들이 낯설기만 했는데

그래도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은 귀에 익숙한 음악들이었다.

신청곡을 쓰면 틀어주는 시스템도 옛날과 똑같았다.

등장 인물만 변경하면 내가 그 시절로 돌아갔다고 해도 맞을 것 같은 배경이었다.


이런 배경의 대학 시절에 늘 함께했던 친구들이 있었다.

취향과 관심사와 소심한 정도가 매우 비슷한 친구들이었다.

한달에 한 번 정도 만나(주로 누구누구의 생일잔치였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노래를 들으러 다니고

가장 먼저 자신의 신청곡이 나오면 그 날 찻값을 내는 소소한 내기를 함께한 그들이 떠올랐다.

그 때 나의 단골 신청곡은 <Hard to say I am Sorry> 였고(뭐가 그리 맨날 미안했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오늘 참으로 수십년만에 그 노래를 신청해서 다시 들으니 마음 한 구석이 울컥울컥거렸다.

제자들과 함께가 아니었다면 아마 넋 놓고 있었을 것 같았다.


그 때 그 친구들이 다시 모두 모여 이렇게 노래를 들을 기회가 다시 생길까?

그 중에 3명은 미국에 있고 아직 건강이 나다는 소식은 없는 듯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답보할 수 없는 나이들인 것은 틀림없다.

들 중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나빼고는 없었다.

그러나 노래 듣는 것은 모두 좋아했고 그것 이외에 딱히 잘하는 것이 없었던

노래방을 다니지도, 춤을 추러 다니지도, 술을 마구 먹지도 않았던

운동권과 데모대와 시위와 최루탄이 난무하던 그 시기의

잘 하는 것이라고는 공부밖에 없었던 나의 친구들이 문득 많이 그리웠다.

나의 이런 마음을 꿰뚫고 있는 오랜 제자에게 고맙기도 하고

아주 오래전 누군가와 함께 했던 첫번째 제주 나들이가 생각나서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

이제는 먼 옛날이 되어버린 California Dreamin' 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나에게 음악이란 추억이다.

노래를 함께 듣는다는 것은 아무하고나 같이 하는 행위가 아니다.

어쩌면 밥 한끼 같이하는 것보다 더 친밀한 무언가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 글에 배경 음악을 깔 수 있다면 나의 신청곡은 무엇일까?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젊은이들아 그런말은 하는게 아니다.

마음이 다시 복잡해질 뿐이다.

내가 해봤는데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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