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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07.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42

멀티플레이어가 되고 싶기도 하고 되고 싶지 않기도 하다.

2학년은 상태변화가 일어날때의 온도 변화와 이를 활용한 혼합물의 분리를 진행했다.

액체에서 고체가 될 때의 온도 어는점, 고체에서 액체로 변할때의 온도 녹는점,

액체가 기체로 변할때의 온도 끓는점에 대한 기본과 상태변화는 1학년때 이미 학습한 바이다.

그러나 배웠다고 다 아는 것은 결코 아니니 한 번 더 짚어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가열을 하게 되면 물질은 온도가 올라가던가 아니면 상태변화가 일어나던가 둘 중에 한 가지가 수반된다.

냉각을 하게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물질의 온도가 내려가던지 아니면 상태변화가 일어나던지이다.

둘 다 동시에 일어나는 멀티플레이는 물질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어느 자리에서건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손흥민 선수도 있지만

여하튼 물질은 한가지씩밖에는 못한다. 온도가 변하던지, 상태가 변하던지이다.

그러므로 가열 냉각 곡선 그래프에서 온도가 변하지 않는 구간이 나타나면

그 구간은 상태변화가 일어날 때이고 이때의 온도는 물질마다 모두 다른 특성이 된다.


나는 멀티플레이가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와서 생각하니 자만심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야구 중계를 들으며 공부를 했었고(물론 공부가 될리 없다면서 등짝 스매싱을 당하곤 했다. 엄마에게... 우리 엄마의 손은 매섭기 그지 없었다.)

중학생이후로는 음악을 주구장창 틀어놓고 공부를 했었다.

주로 발라드 계열이라 공부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고 믿고 있지만 진실을 알 수는 없다.

음악듣다가 센치한 느낌에 훌쩍거리기도 하고 공부하는 척 손편지를 쓰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한 시기에 좋아하는 음악가는 한명씩 이었던 것 같다.

엘튼존도 좋아하면서 머라이어캐리도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적어도 나는...

좋아하는 시기가 길지 않았을 수는 있었지만 순서는 있었다.

엘튼존의 카세트 테이프 반복을 2주일 쯤 하다가 머라이어캐리로 넘어가는 환승이 일어나곤 했지만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양다리라는 느낌은 없었다.

한 사람이 좋아지면 그것에 올인하는 스타일인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수업 이야기로 돌아가면 오늘은 끓는점 차이를 이용한 혼합물의 분리가 주인공이었다.

교과서에는 다음 예들이 등장한다.

찌개를 끓일 때 물이 끓어서 기체가 되면서 뚜껑을 들썩이게 되는 과정,

원유에서 끓는점이 낮은 종류부터 기체로 변하는 과정,

바닷물에서 먹을 수 있는 물을 얻는 과정,

그리고는 중학생 교과서에는 정말 안어울리는데 탁주에서 소주를 얻는 과정이 나온다.

내용은 맞지만 학생들에게 이상한 호기심을 줄 수 있는 마지막 예를 이야기하면

졸고 있던 학생들이 눈을 뜨게 되는 것은 무슨 효과일까?

갑자기 실험을 해보자고 아우성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오늘 집에가서 막걸리를 사서 당장 실험을 해보겠다는 당찬 의욕은 왜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실험기구 준비와 관리가 변변치 않던 이 학교에 소줏고리가 6개나 있는 것은 또 무슨 경우일까?

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1도 없는 나로서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다.

여하튼 끓는점 차이를 이용한 혼합물의 분리방법인 증류와 그 예를 잘 이해했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이다.

세상에는 나와 다른 스타일과 사고 방식의 소유자가 더 많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더 드문 법이다.

그래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나는 끌린다.

어떤 사람은 다른 생각을 하는 반대의 사람이 매혹적이라고 하더라.

다행이다. 다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으니 말이다. 모두가 한 사람을 바라보게 되면 힘들어질 것이다.

그 사람은 연예인일수도 스포츠 스타일수도 우리학교 최고 인기남 체육 선생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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