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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09. 2024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52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입장차


“단 것도 드시나요?”

지난 수요일 출근길 학교 앞 빵집 알바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알바생인지 사장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장님이라기에는 너무 어려보이는 나이이고 방문 시간이 7시 40분대여서 너무 일러서 알바생이라 추측한다.

대형 빌딩 지하에 위치한 그 빵집은 아침 일찍 오픈해서

아침을 못먹고 출근하는 출근러들을 위로해주는 곳이었다.

두 달에 한번 쯤 들러서 자그마한 롤케잌등을 사가서 학교에서 나누어 먹었었다. 건강한 맛이었다.

그날도 그 의도로 밤식빵과 치즈빵을 고르고 계산하려 할 때 알바생이 질문을 한 것이다.

웃으면서 단 것도 먹어요(즐겨하지는 않지만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신제품이라 연습하고 있다면서 설탕뽑기색깔의 뻥튀기 스타일 빵하나를 수줍게 건네주었다.

이름도 알려주었는데 너무 조그마하게 이야기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 날 아침 2학년부 카페는 풍족한 빵으로 다들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그 빵은 달지 않았고 맛도 괜찮았다. 다음에 들리게 되면 꼭 피드백을 해주리라.


나는 이상하게도 빵은 디저트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는 듯 하다.

맛난 밥을 먹고 나면 빵이 훅 땡긴다.

아침으로 빵을 먹으면 목이 메이기도 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여 꼭 음료가 필요하다.

선천적으로 우유 분해 효소가 안 나오는 나는 유제품을 싫어한다.

여름에는 생과일 쥬스를 갈아먹기도 하고

가끔씩 깨톡 선물로 오는 아메리카노를 먹기도 하지만

그 중에 제일은 촌스럽게도 몸에 좋지 않다는 커피믹스이다.

학교 나가지 않는 기간에는 입에도 대지않는 커피믹스가

출근 하는 날 아침에는 정신도 차리게 해주고 힘도 나게 해주는 묘약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달달의 극치인 커피믹스와 함께 먹을 빵이니

빵은 대부분 단순하고 달지 않은 것을 선택하게 된다. 음식이란 조화로운 것이 최고이다.


언제부터인지 케잌 종류는 특별한 날을 빼고는 선뜻 사거나 먹게 되지는 않았다.

사진찍기에 이쁘고, 받았을 때 기쁘지만 먹기에는 몹시 부담스러운것이 케잌인데

그 이유는 달아도 너무 달아서 머리끝이 쭈볏하게 되어서이다.

그런데 마냥 좋기만 했던 케잌이 있었다.

환갑날 예쁜 제자들이 주었던 개별 제작한 떡 케잌이 그것이었다. (위의 사진이 그것이다)

환갑이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 늙었으니 쉬어도 된다는 뜻으로 다가와서 마음이 힘들 때였다.

세수하면서 보는 거울에 할머니 얼굴이 보여서 거울을 피하고 사진을 찍지 않게 될 때였다.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어, 겨울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시기라 두꺼운 옷을 준비하는 날이지 이랬던 나에게

그래도 고맙다고 앞으로도 잘 지내시라고 보내주었던 그들의 떡케잌은

절제된 맛과 정성스러움이 함께 표현된 최고의 케잌이었다.

점점 간결한 맛의 떡이 좋아지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었다는게 확실하다.

할머니들이 주로 조물거리며 떡을 드시기는 한다.


친정 아버지 생일에 그 당시 새로운 트렌드였던 당근 케잌을 사갔다가 된통 싫은 소리를 들었었다.

아버지가 생각하기에 당근 케잌은 생일 케잌이 아니었던게다.

그리고 친정 아버지는 생크림을 진정으로 좋아하셨던 거다.

나는 너무 단 것이 건강에 좋지 않아 일부러 바꾼 건데(그 당시 이미 건강이 안좋으셨었다.)

너무나 받을 사람 생각을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다. 선물은 받을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주는 사람 마음대로 사면 주고도 기쁨을 못받는다.


오늘 아침은 블루베리베이글, 바나나 망고쥬스, 스크램블 계란이다.

그런데 망고가 너무 푹 익어서 시기까지 하다.

그래서 바나나를 넣어주는 것인데 잘 먹어들 주려나 싶다.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나는 내가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식사를 받을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기는 한다.

그런데 그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의 고민을 조금은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아버지의 건강을 생각해서 당근 케잌을 고른 딸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던 아버지에게 섭섭해졌을 때처럼

바나나 망고쥬스를 준비했으나 잘 안먹어서 내가 다 먹어야하는 처지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일단 준비하러 가보자.


다행이다. 바나나와 우유가 망고의 신맛을 잡아주었다. 스크램블 계란옆에 소시지를 구워놓았더니 제법 브런치의 느낌이 난다.

블루베리베이글은 구워서 버터,치즈,딸기잼과 함께 먹었다.

오늘 삼식이를 예고하신 아드님께 점심은 라볶기, 저녁은 동태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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