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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09.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43

즐거운 기말고사를 꿈꾸며

이번 주말은 기말고사 시험문제 출제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출제라는 작업은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라 

학교에서처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시스템에서 출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학교에서는 검토는 가능하다. 

출제한 문항을 살펴보고 수정 내용을 기록하고 문제를 풀어보고 하는 것은 가능하나 

새로운 문제를 내고 파일을 수정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 동안 방해받지 않는 업무 환경이 요구된다.

특히 과학 시험 문제는 그림과 그래프가 동반되는 정교한 작업이다.

따라서 주말에 집에서 처리할 수 밖에 없다.

초과근무 수당없는 근무인셈이다. 

물론 학교에서 초과근무를 쓰고 남아서 출제할 수도 있다.

문항 출제가 초과근무로 인정받은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나는 시험 문항에도 즐거움이 숨어있었으면 한다.

문항을 풀 때 기계적인 풀이가 아니라 미소를 지으면서 

학생들이 지난 수업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고차원적인 희망이 있다.

따라서 지난 수업 활동에서 진행한 것들에 대해 물어보는 문항들이 종종 있다.

지난 시간에 활동한 내용은 구글 클래스룸에 모두 남아있다.

그리고 문제 상황을 우리 학교에 맞게, 요즈음 상황에 맞게, 재미있는 지문으로 바꾸어보려고 노력한다.

나의 노력은 이렇게 창대하지만 그렇지만 과학 문제는 과학문제일뿐.

학생들에게 마냥 쉽고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공부를 많이하고 사교육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내가 출제한 문제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그들에게 나의 문항은 전혀 낯선 지문의 형태이고(참고서 문제와 안비슷하다. 철저히 교과서 위주의 문제이다.)

그들은 익숙한 문항 형태와 많은 연습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전국단위의 성취도 평가 시험 첫 번째 해. 

영문도 모르고 출제 위원으로 뽑혀가서 문항을 출제하고 검토했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비슷비슷한 문항 스타일의 출제도 쉽지 않았지만 

여러번에 걸친 검토의 시간들이 너무도 힘들고 

적나라한 문항까기 시간은 자칫하면 마음의 상처로 남게도 된다.

전국단위 영재 선발고사 문항 출제는 그때에 비하면 자유도도 높고 신선함을 요구하기 때문에 

나의 문항 출제 스타일과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그 대신 채점의 어려움이 수반되어 전국에서 다양한 질문이 몰려왔다.

영재 선발은 답안의 다양성을 인정하니 그 다양성이 과연 그 질문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다.

따라서 영재성 평가 채점 위원은 전문가 그룹이어야만 한다.


누구에게나 평가를 받는 것은 기분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평가가 없다면 자신의 현주소를 점검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시험과 평가가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청소년들이여.

늙으면 가능하다. 늙으면 더 이상 보고 싶어도 볼 수 있는 시험이 없다. 

그러므로 시험을 볼 수 있는 현재를 즐겨라.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하면 많은 에너지 소모가 이루어지고 다이어트도 절로 되는 1석 2조 효과가 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시험을 보는 것이 가장 공정에 가까운 방법일 수도 있다.

"교과서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어요" 

수능 1등의 인터뷰처럼 되는 방법은 시험을 보는 것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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