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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10. 2024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53

찌개 예찬

몸이 힘든 날엔 무조건 찌개나 탕 종류를 한다.

하기도 쉽고 상차리기도 쉽고 먹고 나면 설거지도 편하다.

찌개는 메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름은 다르지만 양념은 거의 비슷하다.

전문 요리사님이 보시면 한탄을 하시겠으나 요알못은 아닌 어정쩡한 요리 40년차 내 생각은 그렇다.

베이스가 고추장이냐, 된장이냐, 간장이냐, 고춧가루냐만 다르다.

오늘은 부대찌개이다. 어제 구워 먹고 남은 스팸과 소시지가 있다.

나의 거의 모든 음식에 기본으로 양파와 대파를 넣는다.

양파의 달달함과 대파의 시원함이 좋다. 물론 마늘과 참치액은 기본이다.


청국장으로 할까 부대찌개를 할까 잠시 고민했으나 

어제 남은 잔반처리가 기본이라 오늘은 부대찌개, 청국장은 내일 고기 구워먹으면서 하기로 한다.

언제부터인가 고기를 구워먹을때는 꼭 된장찌개나나 청국장을 사이드로 준비한다.

고기집을 벤치 마킹하기도 했지만 

고기 한 점 먹고 자작자작한 된장 국물에 밥 한 숟가락을 적셔서 먹으면 최고의 맛이 난다.

청국장은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있지만 신김치와 두부를 잘 넣어 끓이면 그 냄새 또한 장점이 된다.

여름이 되면 짜글짜글 강된장을 끓인다. 

곧 나올 호박잎쌈에 강된장을 찍어 먹으면 내가 계곡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된장 베이스 찌개는 전혀 당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입덧으로 거의 아무것도 못 먹었을 때 애호박고추장찌개에 푹 빠지게 되었다.

같은 여교사 발령동기들의 모임이 있었다.

비슷한 때 결혼을 하고 비슷한 때 아이를 갖고 비슷비슷한 땡땡이 임산부복을 입고 

입덧과 무거워진 몸을 함께 견뎌내는 동지들이었다.

여름 방학식날 한 친구네 집에 모두 모여서 수다를 떨면서 만들어 먹은 것이 애호박고추장찌개였다.

서툰 음식 솜씨의 결혼 1년차들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 먹던 그 시간이 좋았던 것인지 

정말 그 찌개가 맛있었던 것인지 지금은 아리송하기는 하나 

입덧의 최고점이 그 찌개를 먹은 이후로는 분명히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되었다고 기억된다.

그 기억 때문인지 언제부터인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고추장찌개를 끓인다.

그리고 재료는 나와 똑같은데 훨씬 맛났던 엄마의 고추장찌개 걸쭉함은 언제나 그립다.

신림역 근처 어느 고기집에서 그와 비슷한 맛을 보고는 울컥했었다. 

자주 울컥거리는 것보니 나이든게 틀림없다.

음악을 듣다가도, 음식을 먹다가도, 힘겹게 걸어가는 모자쓴 할아버지를 볼때도, 

휠체어에 앉아서 산책하는 초점잃은 눈빛과 마주칠때도 마구 울컥울컥한다.

팔팔 끓인 부대찌개 먹고 힘을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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