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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Jun 07.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41

날씨와 내 삶과의 관계

3학년은 기상단원의 마지막인 일기예보 및 기상 자료 분석을 남겨두고 있다.

일기 예보의 첫 단계는 기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압의 작용 방향과(간단한 실험으로 진행했다.)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고(공기의 양이 많으면 기압이 크다.)

토리첼리의 기압 측정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이번 주 수업 단계이다.

수은을 가지고 기압을 측정하는 원리인데

이 원리를 바탕으로 수은기압계가 예전에는 학교 실험실마다 하나씩 벽에 걸려있었다. 전리품처럼 말이다.

수은의 위험성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오래전부터, 불과 몇 년전까지도 말이다.

심지어 아직도 수은 기압계가 실험실에 있다가 깨졌다는 믿기어려운 이야기를 지난주에도 들었다.


초임 교사 시절 수은 기압계가 깨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었다. 아찔한 기억이다.

수은에 대한 처리 매뉴얼 및 위험도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었던 시절이다.

심지어 수은으로 만든 은색 체온계를 겨드랑에 넣거나 입에 물고 체온을 측정하던 시절이었다.

무식하면 그렇게 된다. 아기들은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넣으면 몸을 비튼다고 입에 물리기가 다반사였다.

수은이 깨지니 은단보다 더 작은 사이즈의 원형 알갱이들이 사방으로 빠른 속도로 굴러서 퍼져나갔었다.

앗 하는 소리를 지를 틈도 주지 않고 말이다.

사방으로 굴러간 수은 알갱이들은 과학실의 작은 틈과 틈 사이로 들어가고

빗자루로 쓸어담을 수도 걸레로 닦을 수도 없었다.

긴급한 상황에서 나는 나름 머리를 굴려서 화재대비 비상용 모래를 그 위에 덮어놓고

삽으로 그 모래를 퍼서 학교 뒤편 구석에 버렸었던 기억이 난다.

설마 그 뒤편에 나무를 심지는 않았겠지 걱정이 되기도 하나 그늘이고 창고옆이라 그런 일은 없었을것이다.

사실 이렇게 버리면 안된다. 그걸 알게된 것은 최근이다.

수은을 다루는 전문업체가 출동하여야 하고(그 때는 그런 업체가 있지도 않았다.)

그 근처는 출입을 금해야 하며 정밀검사를 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지금은...

그러니 학교 실험실에 수은이 남아있으면 절대 안된다.

교육청에서 현황을 조사하고 작년에 모두 다 수거하였는데도

아직 남아있는 수은이 발견되어 깜짝 놀라는 학교들도 있다.

혹시 집안에 옛날 옛적에 사용하던 은색 체온계가 있다면 빨리 처리하여야 한다.

분리수거장에 그냥 버리면 안된다.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지자체에서 이런 일을 해주었으면 하는데 지자체는 몹시 바쁜 모양이다.

이런 사소한(?) 일에는 관심을 갖는 사람도 활용할 예산도 없는가보다.


수은 기압계의 원리를 발견한 토리첼리는 마흔살 정도에 사망했다.

아마도 수은 중독이었을 확률이 다분하다.

그 시절에도 수은의 중독성은 존재했었을테고

그는 수십번 이상 수은으로 실험을 계속하였으니 중독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의 희생이 있어서 기압의 크기를 측정하고 등압선을 그리고

주변에서 고기압과 저기압을 판단하는 기상 관측의 기초를 세우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말이다.

등압선은 기압의 크기가 같은 곳을 연결해가는 과정이다.

어렸을 때 숫자 익히기 선 긋기를 해보았을 것이다.

다음 숫자를 찾아나가면서 선을 그어보면 나중에는 공룡도 되고 코끼리가 되기도 하는 그림말이다.

그러나 등압선은 다음 숫자가 아니라 같은 숫자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기압을 나타낸다는 것은 비슷한 날씨를 나타낼 확률이 많다는 뜻이고,

주변의 고기압과 저기압을 확연하게 나타내주면 등압선을 그리면 바람의 방향과 바람의 세기도 알 수 있다.

이번 주 수업으로 등압선을 그리게 되었으니 일기 분석의 한걸음을 뗀 셈이었다.

다음 시간에는 풍향과 풍속을 배우고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우리 동네 기상정보를 찾아보려 한다.

날씨를 이해하는 일은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무슨 일을 하던지 말이다.

당장 이번 주말에는 비예보가 있어서

학교 텃밭 작물 물주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아픈 동생을 보러 길을 나설 때는 우산을 챙겨야 한다.

다음 주말에 있는 최강야구의 부산 사직 직관일 날씨가 초미의 관심사인데(비가 오면 우천 취소가 될 수 있다.)

온갖 다른 나라들의 날씨 예보 시스템까지 동원하면서 비올 확률을 서로 공부하고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은 삶의 한 부분이고

물론 혼자 공부하기는 매우 어렵지만(다들 어려워한다. 포기하지 말아라)

학교 수업만 잘 들으면 교양 수준의 과학 능력치는 충분히 획득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자연계를 진학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모두가 과학자가 될 필요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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