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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54

Simple is the Best

by 태생적 오지라퍼

기말고사가 끝나고는 학생들의 단골 질문이 있다.

“오늘 수업하나요?”

그럼 과학시간에 수업을 하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래도 조금은 빡빡하게 하지 않고 설렁설렁하려 한다.

기말고사가 막 끝났으니까 말이다.


오늘부터는 식물 잎의 앞면과 뒷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3년전 이 학교에 처음 와서 식물 관찰을 할 때 비비추 화분 10개를 샀었다.

그리고 실험이 끝난 후 남은 비비추를 화단에 심었는데

3년이 되니 이제는 한쪽에 비비추 서식지를 형성하게 되었다.

실험 준비 예산을 조금은 절약한 것이니 그곳을 볼때마다 뿌듯하다.

비맞아 더 푸른 비비추 잎을 20개쯤 잘라다가 실험 준비를 하였다.

도입 부분에 식물의 잎을 따주는 것은 식물 학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농사지을 때 잎을 쳐주는 가지치기가 왜 필요한 것인지,

잎이 너무 무성하면 왜 식물 성장에 도움이 안되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부터 해주었다.


식물 잎의 앞면과 뒷면은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다.

햇빛을 주로 받는 앞면은 반질반질하고 매끈하고 색이 더 진하다.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가 만나 녹말을 만드는 광합성 공장 엽록체가 역할을 다하고 있는 곳이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초록색의 동글동글한 것들이 엄청 많이 보인다.

앞면에 비해서 뒷면은 상대적으로 거칠거리며 색이 연하고 공변세포와 기공이 많이 보인다.

기공은 내가 좋아하는 옛날 과자 죠리퐁처럼 생겼는데 닫혔다가 열렸다가 하면서 공기를 통과시켜준다.


오늘은 잎의 앞면으로 프레파라트를 만들어서 관찰하고

다음 시간에는 잎의 뒷면으로 프레파라트를 만들어서 관찰할 예정이다.

수행평가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첫째, 프레파라트 만드는 방법을 숙지하였는가

둘째, 현미경 초점 맞추는 방법의 연습이 잘 되어 있는가

셋째, 현미경 관찰 사진을 잘 찍어서 구글 클래스룸에 올렸는가

넷째, 프레파라트 및 실험 뒷정리를 잘 하였는가

다섯째, 샘플명과 배율을 제대로 기록하였는가이다.

기준에서 보는 것처럼 수행평가는 사실 열심히 연습만 하면 점수를 잘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수행평가 성적을 가늠하는 것은 성실성과 연관성이 높다.

아마도 정비례 관계일 것이다.


오늘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일주일간의 점심시간은 현미경 실험 연습을 위해 과학실을 오픈한다.

수행평가는 수요일에 진행 예정이다.

연습하고 싶은 사람들은 급식을 먹고 과학실에 오면 된다.

오늘은 한 10여명 내외가 와서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면 성적은 좋아질 수 밖에 없다.

나의 인생 경험상 열심히 하면 명확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성적밖에 없는 것 같다.

다른 일들은 내가 열심히 했다고 해서 결과가 꼭 따라오지 않는 것도 많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가끔 공부를 많이했는데 시험은 못봤다고 하소연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것은 수업 시간에 잘 듣지 않고 쓸데없는 것을 많이 공부한 것이다.

그러므로 제발 수업 시간에 잘 듣는 것이 최고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공부 잘하는 방법, 별거 없다. 참으로 쉽다.

그리고 기말고사를 잘보면 여름방학 내내 즐거운 시간이 된다.

이런 간단한 원리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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