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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59

음식 선택의 기준

by 태생적 오지라퍼

오늘 저녁은 아들과 외식을 하기로 하였다.

순대국과 감자탕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곳을 골랐다. 물론 메뉴는 아들의 선택이다.

짜장면과 짬뽕 중에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순대국과 감자탕 두 가지를 함께 하는 식당에서는 메뉴 선택에 조금은 고민을 하게 된다.

사직동에 살았을 때 아파트 단지에 붙어있는 식당이 순대국과 감자탕 두가지를 모두 다 잘하는 맛집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 들르는 곳이므로 맛과 영양이 함께 있어야 한다.

순대국에 넣어먹는 부추와 새우젓갈이 맛났고

감자탕에 들어있는 살붙은 뼈가 도툼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착한 가격의 식당이어서 너무 좋았다.


며칠 전 비오는 날 점심을 제주 해장국집에서 먹었었다.

사실 제주 브랜드의 해장국집은 여러 곳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식당은 학교 근처이었으나 첫 방문이었다.

원래는 쌀국수집이 목적지였으나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급 변경된 곳이었다.

해장국과 내장탕의 선택지가 있었는데

사실 언뜻 보아서는 해장국인지 내장탕인지 구별이 되지는 않았다.

콩나물, 대파, 갈아놓은 마늘, 삶은 당면까지는 비슷하고

내장의 포함양이 얼마냐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 듯 보였다.

공기밥이 너무 조금이라 어떨까 했었는데 내용물이 두둑하고 국물이 진해서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원래 가려고 했던 쌀국수집의 맛남이 전혀 생각나지 않은 점심이었다.


비빔냉면과 물냉면,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중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다.

먹는 날의 날씨가 더우면 물냉면, 추우면 잔치국수, 날씨가 보통이면 비빔냉면이나 비빔국수이다.

제육볶음과 닭갈비볶음 중에서의 선택은 내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소화가 잘되는 시기이면 제육볶음, 소화가 잘 안되는 시기이면 닭갈비볶음이다.

날씨가 매우 더워야만 선택하는 외식 메뉴는 냉모밀, 초계국수, 물회등이고

컨디션이 최상일 경우 선택하는 외식 메뉴는 고등어구이, 보리굴비 등 생선구이쪽이다.

(컨디션이 나쁘면 생선 냄새만 맡아도 힘이 든다.)

오랫동안 음식을 먹던 습관이 빅데이터가 되어 선택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선택 장애가 발동하는 메뉴가 있으니 그것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이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가 될 수도, 후회하지 않을 수도 있는 메뉴이다.

단, 김치찌개의 종류가 무엇인가에 따라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참치, 꽁치, 돼지고기, 두부 중 어느 것이 메인인 김치찌개인가에 따라 된장찌개에 밀릴 수도 있다.

이 두가지 중 선택에는 아직도 더 많은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오늘 나는 감자탕을, 아들은 순대국을 선택할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점심에 심심한 두부호박젓국을 먹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종류의 음식을 연달아 먹는 일은 가급적 피한다.

세상은 넓고 맛난 음식은 많기 때문이다.

이제 아들이 퇴근한다고 톡이 왔다. 식당으로 가봐야겠다.


아뿔싸 아들이 두 개의 식당중에 고르랬는데

내가 고른 식당이 꽝이었다.

순대에서는 냄새가 나고 수육 편육 제육 세점씩 준것은 차갑고

급기야 아들 녀석은 배가 아프다며 지하철역 화장실로 뛰어갔다.

나는 얼마먹지않은 감자탕을 포장해서 혼자 집으로 가는 중.

빅데이터가 매번 통하는것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식당인데 완전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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