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56
살면서 만나게 되는 정체전선 이야기
3학년은 오늘 공부를 하기 매우 싫겠지만
(기말고사를 봤고 방학은 멀지 않았고 많이 덥고 습하다. 공부하기 싫은 요소는 모두 갖춘 날이다.)
그래도 내용적으로 몹시 중요한 부분인 전선 수업을 진행했다.
공기도 기온과 습도가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기단들이 움직이다가
서로 다른 기단과 만나게 되면 섞이지 않고 경계면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전선의 대표적인 것이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이고
이 두가지 전선의 특징을 비교하는 것은 기출 적중 100% 내용이다.
우선 이름을 살펴보자.
항상 드라마나 영화 제목에 주인공 이름이 붙는 것처럼
한랭전선은 찬 공기가 주인공이고 온난전선은 따뜻한 공기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조연보다 나중에 등장한다.
따뜻한 공기가 놀고 있는 곳에 차가운 공기가 접근하여 다른 성질의 두 기단이 만나게 되면
서로 섞이지 못하고 경계를 이루면서 전선을 만들게 된다.
차가운 공기가 상대적으로 무거우므로 따뜻한 공기를 밀어올리면서 이동을 하게 되고
그 상승운동의 세기가 강해서 경사면은 가파르고
위로 높이 떠오르는 적운형의 구름이 생기며
비가 오는 구간은 좁고 많은 양의 비가 내리게 된다.
한랭전선과 온난전선은 반대 형태이니 둘 중의 하나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절대 헷갈리지 않는데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면 계속 헷갈리게 된다.
또 한랭전선의 이동 속도가 더 빠르므로 온난전선을 따라잡아서 서로 겹쳐지게 되면 폐색전선이,
두 종류의 기단이 힘이 비슷하여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러서 힘겨루기를 하게 되면 정체전선이 만들어진다.
현재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는 장마전선은 정체전선의 형태이고
장마가 끝났다는 것은 두 기단의 힘겨루기가 끝났다는 뜻이된다.
이 내용은 사실 쉽지 않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또 나오며 모든 일기 예보 분석의 기초가 된다.
우리나라 상공에 어떤 성질을 가진 공기덩어리가 있는가에 따라 날씨는 결정되는 것이다.
수업 내용 설명 후에는 10여분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에는 올해 축제를 위한 중요한 설문 하나를 처리하였다.
작년 축제부터 밴드 동아리 공연을 하나 만들었었다.
약 한달 반 정도 연습하여 <붉은 노을> 한 곡을 연주하였는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
그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그대에게>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 곡을 더 연주하고 싶다고 하여 몇 곡의 연주 곡목 리스트를 받았다.
그 곡들을 1절씩 들려주고 설문을 받아서 곡목을 결정하기로 하였으니 그 설문을 남은 시간 동안 처리하여야 했다.
그런데 설문 결과가 박빙이다. 국회의원 선거보다도 더 한 박빙이다.
이것을 어떻게 결정 내려야 할 것인지 밴드 동아리 단톡방에 불이 나고 있다.
지금 현재는 세력이 비슷한 두 기단이 힘겨루기를 하는 정체전선과 같은 상태이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
어떻게든 장마는 끝나게 되어 있다. 조금 오래 걸리느냐, 일찍 끝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