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62
지질학과 천문학으로의 입문과정
드디어 그날이 왔다. 언제 올까 싶었는데 오기는 온다.
여름방학식날이자 지질 생태 천체 관측일이다.
오만가지 활동을 할 예정이므로 융합캠프가 틀림없다.
학교 카드도 받아두고 빌린 버스와 기사님 확인도 하고 열심히 포장한 간식도 넣어두느라
아침부터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쁘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것은 쏟아지던 비가 멈추었다는 사실이다.
아쉬운 것은 연천 지역의 기록적인 폭우로
우리가 가려했던 재인폭포나 은대리 주상절리와 습곡은 직접 접근하여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대신 근처의 전시관과 박물관 등에서 대체 활동을 진행하려고 특강 강사님과 협의를 하고 출발하였다.
무엇이든지 plan A 대로 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행운이 따라야만 하는 법이다.
plan B, C 정도의 대체 계획을 항상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연천 가는 길에 보이는 한강변 주변으로는 황토색 물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오늘 답사지인 곳들은 한탄강 UNESCO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들이다.
북한의 오리산 지역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현무암이 기반암인 지역이다.
한탄강을 가운데 두고 중생대와 고생대 지층이 나뉘는 신기한 곳도 있고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기둥모양의 주상절리와 베개모양의 용암 흔적 등
지질학적으로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라 지질 생태 투어에 적합하다.
주변의 다양한 전시관에서도 이런 내용을 다양한 전시물의 형태로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는 지질학적인 관점을 중요시하고 일부는 고고학적인 관점이 우세하다.
지질학과 고고학은 겹치는 관점이 있다.
차이점 중 가장 큰 것은
지질학은 탐사에서 나온 결과물을 재빨리 꺼내어 분석한다는 점이고
고고학은 출토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복원 형태로 진행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러니 지질학과 고고학의 콜라보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융합적인 관점이고 최선의 것이 된다.
이번 캠프에는 30여명의 신청자가 있었는데 2,3학년이 반반이었다.
3학년이 1년 더 이런 활동에 참가해서인지 아니면 과학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인지 역시 선배미를 보여주었고
2학년들은 마냥 해맑게 놀러온 기분을 만끽하는 듯 했다.
캠프는 놀러가는 것도 맞고 공부하러 가는 것도 맞다.
가장 최선의 방법이 즐겁게 공부하는 것 아닐까?
내가 이런 활동을 준비하면서 세운 목표가 그것이다. 즐거운데 자연스럽게 공부도 되는 것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점심은 방송에도 출연한 연천 지역의 맛집에서 비빔국수와 만두를 먹었고
저녁에는 테이블당 4명씩 짜장면, 짬뽕, 볶음밥, 미니탕수육을 뷔페처럼 나누어서 먹었다.
행사의 꽃은 항상 먹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1인당 식비는 8,000원이다.
그 가격에 최고의 퀄리티를 찾는 것이 행사 진행자의 능력이다.
여하튼 식사는 좋았다고 한다. 아이들 입맛을 저격했나보다. 나는 많이 먹지 못했으나.
저녁에는 오늘 행사의 꽃인 천체 관측 활동이 이어졌다.
천체 관측 전문가이면서 천체 사진 촬영 전문가님이 망원경 3대를 가지고 오고
우리학교의 오래되고 낡은 소형 망원경도 꺼내고 해서 돌아가면서 즐겁게 관측을 진행했다.
서울 시내 한 복판이지만 구름 사이로 보름달에 가까운 달도 보이고 별도 보여서 다행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달을 찍은 것과 망원경으로 보면서 접사하여 달을 찍은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위 사진은 어제 학생 작품 중 하나이다.
아마도 어제의 경험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고 당분간은 그 학생의 카톡 대문사진이 될 것이다.
신이 났는지 2학기에는 2주에 한번씩 관측을 하자고 하는데 나는 대답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들녀석이 픽업을 와주어서 그나마 기절을 면했다.
오늘 늦은 오후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이렇게 여름방학 맞이 나의 오지랖을 간신히 마무리하였음을 알린다.
학교에서 진행되는 모든 행사들은 이렇게 담당 선생님의 뼈를 갈아 이루어지는 것임을
아마도 한참이 지나고 나면 그들도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별도의 수당도 일절없는 과학 캠프를 진행하는 학교의 과학교사들은 모두 칭찬받아 마땅하다.
참, 어제 가장 기분 좋았던 일 중의 한 가지는 졸업생들이 천체관측에 자발적으로 함께 한 일이었다.
자발적인 참여란 정말 좋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는 절대 오지 않는다. 우리의 MZ세대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