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66

장보기는 언제나 신이 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몇 년전부터 인스타에서 보고 가끔씩 시간과 장소가 맞으면 가보는

유기농으로 농사지으시는 분인들과의 직거래장터가 있다.

대부분은 재래시장에서도 살 수 있는 품목들이긴 하지만

건강한 맛을 소량씩 사는 재미가 있기도 하고

유기농 농업인들이 특색을 살려서 만든 잼, 유제품, 피클, 장아찌 등의 제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이 근처에서 그 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버스를 타고 꽤 긴 거리를 걸어야하는데 그 길이 남들이 놀러오는 성수에서 서울숲 가는 길이다.

산책 겸 여유 있는 장보기 나들이인 셈이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 가장 좋은 점은 그 먼 거리에서 작물을 가지고 온 농업인들의 화사하게 웃는 표정을만나는 일이다.

돈만 생각하면 큰 이득은 아닐 것 같지만 서로가 선한 분위기를 전파하는 느낌이 드는 시장이다.

농사에 힘들고 지치고 찌든 얼굴들이 아니다.

오늘은 손으로 일일이 까놓은 고구마순 3,000원 어치와 호박잎 3,000원 어치를 샀다.

밥에 넣어 먹을 콩도 사고 싶었으나 오늘은 없었다.

산책겸 장보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니 또 비가 쏟아졌다.


더위속의 산책을 마치고서는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빗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푹 잤다.

일어나니 힘이 났다.

부지런히 호박잎을 찌고

고구마순을 살짝 데쳐서 양파, 대파와 함께 겉절이처럼 김치 한 팩을 담고

냉삼을 꺼내서 고추장 고춧가루 양념하여 볶아두었다.

어제 끓여둔 차돌 된장찌개도 있고

배추 김치는 1+1을 주문해서 샀고

올해 처음으로 파란색 사과도 사보았고

아직 남아있는 참외도 세 알이나 있다.

(이 글을 쓰고 부추전 작은 사이즈로 두 장 부치고 인스타에서 본 부추짜박이도 한 그릇 만들어두고 남은것으로는 부추김치도 담았다. 야호)


아들 녀석이 군산 출장을 다녀오면서 선물 받아온 이성당 빵도 여러개 있다.

이성당 빵은 처음인데 순한 맛의 고로케와 단팥빵이 있다.

물론 내 최애는 중독성 강한 성심당 튀김소보로빵이기는 하다.

대전역점이 문닫기 전 재방문 의사가 100% 있다.

또 해방촌길의 소프트한 소금빵, 체인점인 베이커리의 레몬 케잌, 그리고 유명 커피브랜드의 폭신폭신한 케잌도 좋아라한다. 자주 먹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나에게는 맛난 빵 한조각이 디저트로 딱이다. 과일보다도 더 마음에 드는 메뉴이다.


이제 일주일은 버틸 수 있다.

다음 주 후반 아들은 제주 출장이고 나 혼자 먹기에는 충분한 만큼이 확보되었다.

방학때는 하루에 두 끼만 먹어도 된다.

에너지 사용량이 적으면 적게 먹는게 맞다.

그런데 먹고 싶은 것은 있는데 막상 해놓고 나면 별로 먹히지는 않는다.

더위를 탄 것일까? 아니면 정기검진 결과를 기다리느라 걱정때문에 식욕이 떨어진 것일까?

그 정답은 월요일 오후에 나올 것이다.

오늘은 파리올림픽 오상욱 선수의 금메달 소식으로 산뜻하게 시작해본다.

도쿄 올림픽때의 어린 느낌은 사라졌으나 이제 진정한 고수가 된 느낌의 오상욱 선수님. 축하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