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65
대학병원에서 느낀 과학
오늘은 수업이야기라기 보다는 의학이야기이다.
그런데 의학도 과학의 한 분야이니 과학 수업이야기일 수 있다고 굳이 생각의 폭을 넓혀본다.
정기검진 결과를 들으러 오는 날이다.
그 결과를 듣기전까지는 몸의 여러곳이 쑤셔온다. 나 아프다는 것을 알아봐달라는 듯이...
요새 의료분야에서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검사할때는 별로 느끼지 못했었다.
그리고 원래 예약때는 오전 검사, 오후 검사 결과 듣는 진료였다.
멀리서 오는 환자를 위한 시도라 했었다.
검사 결과 판독에는 4시간이면 가능하다 했었다.
나는 한참 전부터 이 시스템이 가능할거라 생각했던 차라 잘되었다 싶었었다.
혈액검사는 원심분리기 사용 등으로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사실 초음파나 촬영 엑스레이는 촬영 후 판독까지 의사가 마음만 먹으면 시간이 별로 걸리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오전 검사, 오후 진료는 사실상 가능한 형태이고 선진형태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주치의 교수님의 휴가로 일정이 변해서 결국 한번 더 가는 일정이 되었다.
진료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것은 중환자실에 있는 동생을 면회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오늘 두시에 퇴원이 예정되어있었지만 나는 그 한시간 전 면회를 했다.
생각보다는 얼굴이 괜찮아보여서 안심이 되었지만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달고 퇴원해야하는 동생이
너무도 안스러워서 나는 눈물을 감추기 힘들었다.(끝까지 잘 감추었다.)
“고생했다. 잘 버텼다. 이제 집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렴.”
그리고 진료를 보는 시간까지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전공의가 없는 대학병원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시스템인거다.
내가 보기에는 사실 검사 결과 진료 보는 것에 전공의는 별로 하는 일이 없어 보였었다.
주치의 옆에 서있을 뿐(차트를 찾아주는 것은 하는 듯 했다.)
후속 안내는 간호사가 하니 전공의가 없어서 지연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전공의는 주치의 옆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며 많은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리고 그 일 말고도 전공의가 해야하는 오백만가지의 일이 있다는 것도 물론 알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가 없어서 진료 대기 시간이 늘어났다는 주장에는 동의가 어렵다.
외과쪽이나 응급의학과쪽을 제외하고 일단 검사와 걸과보는 단순한 진료체계에서는 말이다.
주치의의 휴가로 인해서 봐야할 환자수가 늘어났을 수는 있다지만 너무도 오랫동안의 기다림이다.
기다리다가 정작 주치의를 만나서 결과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2분여 남짓다.
이런 시스템이 맞는 것일까?
대학병원을 안다니고 싶지만 그곳에서 수술을 했고 병에 대한 기록이 다 있으니
병원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음을 졸였으나 다행히 수치와 초음파 사진등에는 변화가 없이 괜찮다고 한다.
그 말 한 마디가 나의 1년을 보장해주니 신기하기도 하다.
딱 그 한마디 말의 의사 면담 후 내년 진료를 잡는데 또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당일 하루에 다 가능하던 시스템이 이제는 변경되었다 한다.
유방과 갑상선 초음파를 한번에 같이 했었는데 그것을 분류했다고
그리고 유방 촬영은 기계가 한다고
납득이 힘든 것은 기계가 한 촬영이라 판독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안내이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시간이 더 걸리면 기계를 쓸 일이 없는데...
의사 숫자가 모자라서라는데 그것이 맞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환자 편의가 아니라 병원 편의를 생각한 처사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대학병원에서 보냈더니 진이 다 빠졌다.
한 가지 더 이해 못할 일이 일어났다.
1년을 버틸 갑상선 호르몬약을 타러 약국을 갔을 때이다.
지금껏 먹었던 약이 제약회사 사정으로 만들어지지가 않는다고 대체약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병원에도 알렸고 의사들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계속 먹던 약으로 서류가 나오는 것일까?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이렇게 만만하게 운영되는 것일까?
사실을 알렸다는 약국, 그런대도 습관처럼 이 전 약으로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사, 누구의 잘못일까?
외국보다 값이 싸다고 시스템은 구려도 된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전공의와 의대 증원문제로 시끄러운 것도,
너도 나도 의대를 가고 싶어하는 것도,
과학고나 영재고에서의 의대진학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이 매우 중요하고 직업 의식과 소명감이 필요한 것도 엄청 힘든 것도 잘 알고 있다.
내가 다음 생에 태어난다면 하고 싶은 직업 중 1순위는 의사이다. (사실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다. 인생이 힘든 일임을 이미 안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그 일 자체가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전제적으로 본다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어느 분야에서이건 중요하다.
그리고 환자 중심인지, 병원이나 의료진 중심인지의 기준 설정은 시스템의 존속을 가릴만큼 가장 중요한 것이다.
기본과 바른 기준을 알려주는 것이 과학이다.
기준이 틀리면 그 나머지는 다 흔들린다.
그리고 가급적 그 기준은 강자보다 약자를 위할 수 있는 것이 앞선 방법일 것이다.
강자는 그것이 없어도 강하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 강자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그 것 아니어도 많이 있다.
방금 외래방문만족도 조사 설문이 톡으로 왔다. 병원 운영의 모토가 환자중심병원 이라한다.
그건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