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67
열흘만 버티면 되는 여름 더위
어제 별 이상없다는 검진결과를 받고 1년간 먹을 약도 챙겨오고나니
온몸의 기운은 빠졌는데 식욕은 스물스물 살아나고 있다.
어제 많이 힘들었는지 오늘은 영 정신을 못차리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는 와중에도
배는 고프고 맛있는 음식 인스타만 찾아보고 있다.
먹는 대신 눈으로 식욕을 채우는 중이다.
물론 중간 중간에 최강야구 어제 방송분을 3부로 나누어서 조금씩 보고 있다.
한 번에 몰아서 다 보기에는 버거운 점이 많은 게임이다.
낭만, 서사, 가슴아픔, 뭉클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경 음악과 자막까지 신경을 써서 봐야하니
한 번에 그냥 쓱 보기에는 힘들다.
무슨 예능이 이리 보는 것이 힘든 것일까?(평소 나는 가벼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무거운 주제는 딱 질색이다. 삶도 무거운데 방송까지 무거운 것을 왜 찾아보나 싶다.)
그런데 야구를 보면서 맛난 것을 먹는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상관없는 팀끼리의 경기이거나
아니면 진정한 최강 멘탈임에 틀림없다.
누가 야구를, 올림픽을 재미있게만 볼것인가?
그 와중에 잔반 처리 과정을 적어본다.
맵기와 달달함이 딱 맞았던 쭈꾸미와 오징어 볶음,
부추를 잔뜩 넣어 끓인 재첩국은 맛있었다.
나는 오늘 아점으로 먹었고 아들은 내일 출장 전 아점 예약이다.
군산에서 사온 이성당 빵들은 아들 녀석의 아침으로 반은 소비했고
내가 남은 것들은 반의 반씩 야금야금 먹는 중이다.
파란 사과는 아들 녀석은 퍼석거린다고 좋아하지 않았고
참외는 그냥 저냥 괜찮았는데
지난주 먹었던 달달한 복숭아와 신 자두에 비해서는 딱히 매혹적이지는 않았다.
역시 자극적인 것이 매혹적이기는 하다.
아직도 내 뱃속은 약간의 미식거림이 남아있다.
더위를 먹은 것인지, 병원에 대한 모종의 스트레스 때문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제부터 저녁 산책을 시작했다.
방학 중이라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듯 해서 움직여본다.
모르긴해도 0.5℃ 정도는 기온이 낮아진 듯도 했다.
내가 더워죽겠다고 할때마다 엄마는 눈을 흘기면서 이야기했었다.
“ 이 더위도 열흘만 참으면 끝난다. 그 열흘을 못참니? ”
그리고는 수박 화채나 미숫가루를 해주셨다.
엄마의 그 흉보는 말투와 눈흘김, 수박 화채와 미숫가루가 생각나는 여름 저녁이다.
고양이의 멸치 간식과 눈물 자국을 닦아주는 티슈를 사러 나가려 한다.
미숫가루도 사와볼까나...
목적을 일부러 만들어야 산책이 시작된다.
운동이건 음식만들기이건 사람이 움직이는데에는 무언가 목적이 필요하다.
( 앗 나와보니 아직도 뜨겁다. 오랫만에 메로나 아이스크림 한 개를 먹었다. 일년은 되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