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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67

소화, 순환, 호흡, 배설 단원 첫번째 수업 열기

by 태생적 오지라퍼

슬픈 예감은 틀리지가 않는다.

계속 아주 미세한 미슥거림이 있었다.(그게 시그널이었나보다.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더위를 먹었나, 정기검진 결과가 마음에 쓰였나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어젯밤 드디어 아프기 시작했다.

먼저 느껴진 것은 심하지 않은 인후통, 그리고는 미열감, 근육통

그리고 더욱 심한 것은 숨이 안쉬어 지는 것 같은 느낌(공황장애가 이런 증상일까?)으로 밤을 꼬박 샜다.

이 기시감은 무엇일까?

2022년 9월 어느날, 외부 영어 시험 시감 중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면서 쓰러질 것 같았다.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시험 감독을 도중에 교체해달라하고

아들을 불러서 집에 와서는 꼼짝을 하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매일 매일 하던 코로나19 검사 자가키트는 두 개를 했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그 날과 똑같은 증세이다.

지난 주에 정기검진과 검진 결과보러 대학병원을 갔었는데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나는 나의 면력력을 믿지 못해서 아직도 수업을 할 때, 지하철을 탈 때, 대형 마트등 실내 혼합 구역을 갈 때 꼭 마스크를 쓴다.

마스크를 안쓴 것은 집과 야외에서였는데 또 이렇게 나에게 시련이 오다니...


아침이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주섬 주섬 머리를 감고 병원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다시하였더니 확진이 떳다.

그럴 줄 알았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이라더니(밀폐공간에 에어컨을 트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런 유행에만 앞선 내가 두 번째 코로나에 걸린 것이다.

열도 꽤 높고 근육통도 심해서 빠른 수액을 맞고

나이가 있으니 위험군이라 코로나 19 약도 받고(이것은 처음이다. 3년전에는 안주었다. 가격이 5만원이나 하더라)

복숭아를 사가지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아들 녀석은 주말까지 제주 출장이니 나는 자가 격리가 저절로 되는 셈이다.


어젯밤 그렇게 아프면서도 나는 2학기 첫 수업안을 생각했다.

2학기 첫 단원은 동물과 에너지이다.

우리의 소화, 순환, 호흡, 배설과정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개학후 첫 수업 시간은 자신이 제일 아팠던 경험을 글로 써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 소화, 순환, 호흡, 배설에 관련된 어느 기관이 왜, 어떻게 아팠던 것인지에 대해서 찾아보고자 한다. 그 내용을 배우는데 질환과 연관을 시키지 못하면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니다.

코로나19는 호흡기 질환이다.

그런데 호흡기 질환이라고 해서 호흡기만 아픈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호흡계가 아프면 소화도 안되고 독한 약을 먹으면 설사나 변비도 오게 되고 전반적인 컨디션 저하가 따라오게 된다.

우리 몸은 정교한 AI 이자 팀플레이가 이루어지는 기관이다.

동물 단원은 이렇게 우리 몸에 대해 알아보는 소중한 단원이다.

그리고 내용들이 쉽지는 않다.

의학계 진로를 갖고 있는 친구들은 더욱 신경써야 할 단원이다.


두번째 코로나 19 확진으로 이번 주말 가기로 한 강원도 친구들과의 여행도 못가고

흰 머리가 반으로 뒤덮인 염색도 미뤘다.

할 수 없다. 나랑 인연이 아닌 여행이었던거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음식맛을 못느끼게 된 것인지

무거운데 간신히 사가지고 온 복숭아도 맛없고

동생이 위로차 보내 준 내 최애 @@도너츠도 맛이 없다.

내 옆에는 나를 위로하면서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는 관종고양이 설이만이 있을 뿐.

이제 열은 내리고 근육통도 줄어들었지만 잔기침과 무력감, 속이 메슥거리는 느낌은 남아있다.

며칠 갈 것이다. 아플만큼 아파야 낫는거지 그냥 나아질 수는 없다.

그리고 한번씩 아프고나면 푹 늙고 살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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