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68
대파가 크는 동안 나는 아프다
아플 때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은 과학적으로는 맞는 말임에 틀림없으나 그렇게 되지는 절대 않는다.
특히 열이 나면 속이 뒤집혀서 입덧하는 증세가 나오게 되니 더욱 그렇다.
전혀 예상치못한 두 번째 코로나 19에 걸린 나도
머릿속으로는 잘 먹어야 회복이 빠르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역시 잘 되지 않고 있다.
일단 뭔지모르게 아프기 시작했던 수요일 저녁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는 밤새 아픈 동안에는 물로 목만 여러번 축였는데 사실 열이 꽤 올랐던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서 38.2℃가 나왔으니 말이다.
병원에 다녀와서는 약을 한 아름 받아왔으므로 약을 먹기 위해서라도 밥을 먹어야 했다.
일단 경험상 아플 때 먹으면 가장 좋았었던 복숭아를 먹으려도 시도해보았다.
그런데 코로나19 영향인지 무맛인 딱딱한 복숭아였다.
원래 딱딱한 복숭아보다 부드러운 복숭아를 선호하는 편이기는 했지만
달달한 맛이 하나도 안 느껴져서 반쪽 먹고 패스...
2차 시도는 아프다니 동생이 배송을 시켜준 @@ 도너츠.
평소에 다른 것과는 달리 2개는 한번에 먹을만큼 좋아라하는 먹거리인데
이것도 뻑뻑하니 무맛으로 반쯤 먹다가 패스...
한 숟가락 남아있던 밥은 조금 남아있던 갈비탕 국물에 말아서 김치와 먹었는데 그 맛있던 김치가 쓰다.
2일차 오전은 기운이 나는 듯 했다.
컨디션이 괜찮은 듯하여 닭가슴살과 햄과 야채를 살짝 볶고
샤브샤브 재료 남은 것들로 국도 조금 끓여서 조금씩 먹었다.
이제 회복할 일만 남았나 꿈에 부풀었는데 코로나19라는 것이 그리 만만한 놈은 아니다.
늦은 오후, 아프고 나서 처음으로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나오다가
힘을 너무 많이 주어서인지 핑 어지러워서 쓰러질뻔했다.
약을 많이 먹으면 설사 혹은 변비가 되기 마련이다.
그랬더니 다시 컨디션이 다운되면서 입맛이 똑 떨어졌다.
그리고는 스멀스멀 때때로 열감이 올라오면서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갔다.
오늘 아침 안되겠다 싶어서(내일부터 병원이 1주일동안 휴가이다.)
다시 수액을 맞고 나니 이제 정신이 좀 드는 것 같다.
친한 후배가 보내준 고마운 과일 세트가 배송되어 왔다.
샤인머스캣 포도를 조금 씻어 먹어본다. 역시 무맛이다.
모든 것이 무맛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도 쓰지 않은 것이 어디인가?
냉장고를 열면 무언가가 많이 있는데 먹고 싶은 것은 없다.
이러니 아프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나쁜 방법의 다이어트는 아파서 살을 빼는 것.
누군가 나에게 한 젓가락 분량의 맛난 쌀국수를 만들어준다면 정말 맛있게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모른다. 직접 먹어보기 전에는 모른다. 음식의 잘못이 아니다. 내 입맛이 아픈것일뿐.
머릿속의 생각과 아플때의 입맛과는 동기화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은 나아졌고, 코로나19 치료약도 부작용은 없는 것 같고,
그 사이 뿌리를 물에 담가두었던 대파는 남몰래 쑥쑥 커가고 있다.
더위의 절정을 코로나 19 휴가로 철저하게 집콕하면서 지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