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74
조별 산출물 만들기에는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하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오늘도 1~4교시 연강 수업을 진행했다.
야구부가 오늘 오전만 수업을 하고 먼 곳으로 시합에 출전하기 때문에 또 부득이하게 수업을 변경한 것이다.
중요하고 수행평가에 반영되는 부분의 수업은 가급적 야구부와 함께 하려 노력중이다.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고 기본 내용의 수업을 쫓아오는 것도 그들의 인생에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요즈음의 운동부에는 진학 및 시합 출전에 최저학력이 적용된다.
운동만하고 수업 시간에는 참여하지 않던, 아니면 교실 책상에 누워서 잠만 자던 그런 시절이 아니다.
오늘 2학년은 소화계, 순환계, 호흡계, 배설계의 중요 기관들을
B4 종이 한 장에 모두 그려보는 조별 활동을 진행했다.
이 활동을 하는 의미는 각각의 기관계를 따로 생각하지 말고 한 몸에서 기억하라는 뜻이 숨어있다.
교과서 내용을 현실의 자기 몸에 적용해보라는 뜻이다.
배운 내용과 실생활을 연결시키지 못하면 과학 교과의 존재 이유가 반감된다.(내 생각이다.)
B4 사이즈는 사실 웬만한 중학교 여학생들의 몸집 사이즈와 비슷하고
그 크기 안에 약 7m 길이의 소장과 1.5m 길이의 대장까지 빈 곳이 없이 다 들어가 있다.
인체의 신비인 셈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각각의 중요 역할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의 몸은 원 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려보는 활동은 평면적이지만 과학실에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이용해서 그림을 입체적으로 만들게 노력해보라 했다.
전혀 연관이 되지 않아 보이는 다양한 물건들을 놓아두면 학생들의 창의적인 생각과 함께 중요 기관들에 대한 이해도를 가늠할 수 있다.
폐는 사실 부풀어 오르다가 쭈그러들었다가 한다. 마치 쉽게 말하자면 풍선처럼 말이다.
그 내용을 알고 있는 학생들은 한지를 약간 넉넉하게 부풀려서 폐 모형을 만들어 붙였다.
소장과 대장은 노끈이나 긴 줄로 꼬아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었고
기도와 식도는 빨대로 표현하기도 하여 자신들이 이해한 정도를 표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원들이 각각의 노력을 다해야만 정해진 시간에 산출물을 완성할 수 있으니
그 경험 또한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조별 산출물은 과학실 밖 복도 게시판에 붙여두었다.
이렇게 며칠을 붙여두면 지나가면서 저절로 자기조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조의 우수한 점을 보면서 내용을 익히게 된다.
공식적인 우수작은 월요일에 3학년 선배들의 투표로 정해진다.
투표를 하려면 3학년들은 작년에 배웠던 내용을 다시금 되살려야하니 저절로 복습이 될 것이다.
2학년도 공부를 시키고 3학년도 복습이 되는 1석2조인 셈이다.
그런데 연강 4시간은 힘들기는 많이 힘들다. 무리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더위에 야외에서 4시간 시합하는 최강야구 선수들을 생각하며 참았다.
9월말이 되어가는데 아직 너무도 더워서 에어컨 없는 생활을 꿈꾸기 힘든 것이 사실인가?
올해가 가장 덜 더운 여름이 될 거라는 기후변화 학자들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기를 모두가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