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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Sep 25.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76

1등은 즐거워...

어제는 융합과학동아리의 특별한 활동일이었다.

어제 행사를 위해서 나는 월요일에 5시간 수업을 진행했고 이미 녹초가 되었다.

어제는 남은 세 시간 수업을 하고 5교시를 마친 후

우리학교 3학년 소수 정예의 자발적 동아리 학생 7명과 함께 광화문 광장으로 갔다.

환경부에서 후원하는 환경행사에 참여하여 부스도 둘러보고(우리학교 축제때 운영할 부스 종목에 참고할 겸) 관련 특강도 듣고 환경 골든벨 문제도 풀어보는 것이 목표였다.

자연과학을 전공하겠다는 녀석들에게

유튜버 명강사로 소문난 분들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고(최신 연구 분야인 우주 천문분야와 뇌과학 분야였다.)

퀴즈 문항을 풀어보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의 파이팅도 느껴보려

6,7교시 수업 대신 활동을 선택하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는 예상 문제를 제공하고 공부 좀 하자 격려도 하였다.

환경골든벨 수상자에게는개인 및 학교에 소정의 시상금도 걸려있었다.

꼭 그것 때문은 아닐지라도

상을 타면 그것으로 우리학교 축제 때 체험 부스를 멋지게 운영하자고 동기 부여도 했다.


몇 번의 환경 체험 부스도 가보았지만 별달리 차이점은 없어보이는 행사였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했던 1학기 행사가 규모도 더 크고 참가자도 더 많았었다.

우주 천문 분야의 유명강사는 이전학교에서 한번 특강을 모셨던 분이었는데 여전히 흥미로운 강의를 들려주었고

뇌과학자 노교수님의 강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뇌과학과는 전혀 관계없는 고지질학 강의가 되어서 기대했던 학생들은 다소 난감했다.

나도 당황스러웠고 아마 진행 스탭도 그랬을 것이다.

그래도 맨 앞에서 열심히 강의를 듣는 아그들이 믿음직스러웠고

나의 할 일은 아직은 강한 햇빛에 음료수를 사다 주는 정도였다.


기대하던 환경 골든벨 퀴즈 시간이 왔다.

살짝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7인의 독수리 형제들은 열심히 문제를 풀었고

준비된 20문항을 다 풀었을 때 살아남은 9명 중에 2명이 우리 아그들이었다.

아마 20문항을 풀면 1등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행사진들은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고

결선 문항은 가장 먼저 손을 든 학생을 1등으로 정하는 서든데스가 형태가 되었다.

탈락자들과 나는 응원과 기도의 힘을 보탰고

기쁘게도 우리 학교 학생이 1등을 하는 순간을 맛보게 되었다.

수상권에 들지 못한 한명도 답은 썼는데 손 드는 것이 약간 늦었을 뿐.

둘다 예상 문제를 열심히 공부했고 평소에 진행한 관련 활동에 자주 참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상금을 받는 다는 사실도 좋았지만 그들에게 하면 된다는, 새로운 것을 한번 시도해본다는 의지와 성취감을 준 것이 더욱 좋았다.

요 근래 가장 크게 웃었던 것 같다.

최강야구가 이길때처럼 말이디.

그렇게 기쁨의 시간이 지나고

원래는 라면에 김밥을 먹고 해산하려 했으나(간식 예산은 1인당 5,000원이다.)

1등의 기쁨을 누리려 조금은 호사스러운 함박스테이크를 먹고(물론 내 돈을 보탰지만 기쁜 일이다.)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100만원의 상금으로 무엇을 할것인가?

어떤 활동을 해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체험 부스를 운영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을 고민하여 결정하는 것도 그 7명의 아기독수리가 할 일이다.

나는 가끔 잊지않게 챙겨주고 격려의 간식을 제공할 뿐.

모든 것은 아그들이 하는 것이고 그들이 훌륭한 것이다.


기분 좋은 저녁.  

교사의 보람을 느끼게 해준 날이지만 나는 브런치 글도 못 남기고 누웠다 일어나니 오늘 아침이다.

그래도 아그들에게는 적절한  보상과 자극이 되었을거다 기대하면서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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