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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Sep 26.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77

이론과 현실 사이

오늘과 내일은 학생들에게는 기쁨의 날이다.

테마체험의 날과 진로체험의 날이어서 외부 체험활동을 간다.

오늘은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동산을 가고(1년 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다.)

내일은 최첨단 미래를 직접 체험하는 활동이니 의미 깊을 것이다.(이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다.)

야구부 친구들이 부산에서 시합 중이라 참가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걱정했으나 

다행이 이기고 기쁜 맘으로 참석한다하니 그것도 다행이다.

나는 학년부장이라 두 행사 모두 인솔 책임자가 된다.

누구보다 일찍 가서 학교 카드로 자유이용권 비용 지출도 해야하고(꽤 비싸다)

학생들의 안전 도착과 이상 상황도 수시 확인해야 하고

지도교사 선생님들과 식사할 장소도 찾아봐야 하고

올해는 담임은 아니라 부담이 약간 덜하기는 하지만

학생들과 외부로 나가는 하루는 계속 긴장의 연속이고 피로도가 올라간다.

특히 오늘은 놀이동산에 8,0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방문 예정이라니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

그 8,000명 모두가 즐겁고 무사하게 하루를 즐기기를 기도할 따름이다.


늦은 오후에는 줌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각 교과별 최소한의 성취기준 공청회에 토론 패널로 참가한다.

코로나19 이후에 학력 격차가 심화되었다는 우려와

기초학력부진 학생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여 

교과별로 각 교육과정 성취기준별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쉽게 말하면 이 부분의 수업을 하면 최소한으로 이 개념만은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마지노선이라고나 할까?

연구 목적과 방향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현재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이 있고 그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 목적으로 만든 수준별 A~E까지의 성취수준이 있다.(비슷한 용어라 헷갈릴 수 있다.) 

즉 각 성취기준별로 달성 여부에 따라 우수 A 와 매우 미흡 E 단계가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에 E 수준의 설명과 수준이 비슷한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만들었으니

연구진도 힘들고 현장교사들의 이해도 쉽지 않은 그런 일이 되어 버렸다.

처음 연구 출발점부터 이런 걱정을 이야기하였으나 연구를 마친 지금도 제일 큰 이슈는 여전히 이것이다.

이런 힘든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의 노고에 재를 뿌리는 토론이 되어서는 안되고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우려를 전달하는 것이 토론자로서의 임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과학교과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은 

과학교과에서만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넣어야 한다.

국어가 힘들고 수학이 힘든 학생들이 

내용을 이해하고 수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과학을 쉽게 잘 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은 학문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과학을 어려워하고 잘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 내용을 보충적으로 지도한다고 해서 

과학이 쉬워지고 잘하게 될 것인가?

기초학력 부진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꼭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원 방법이 꼭 그 교과의 보충 수업만이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순전히 내 생각이다. 

과학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보충을 담당하는 주체도 이미 많은 수업에 지쳐있는 현장 교사의 몫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방과후 프로그램처럼 외부 강사 풀을 활용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초학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고 

어쩌면 이것이 기준을 만드는 것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

연구도 중요하고 그 연구를 반영하여 실천 방안을 만들어 적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 두가지가 잘 어우러져야 멋진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오늘은 바쁘지만 중요한 날이다. 학생들에게도 나에게도 말이다.


(위 내용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사진은 우리학교에 역주행하고 있는 자목련과 달을 담아본 것이다.

누가 보면 5월에 찍은 사진인 줄 알 것이다. 바로 어제 아침 사진이다. 

이상 날씨에 자목련과 명자나무꽃이 개화하고 있다. 현실이란 이런 것이다.

이론과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육학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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