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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Sep 28.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78

외부 체험활동 인솔의 어려움

1주일에 세 번의 외부 체험활동 인솔 및 지도는 힘이 많이 들었다.

화요일 광화문광장의 환경골든벨 행사 참가는 즐거운 기억과 함께 였지만

그래도 힘이 든 것은 사실이다.


목요일은 학생들이 1년동안 가장 기다리는 놀이동산 체험학습일이었다.

학년별로 각각 다른 놀이동산을 방문하지만 학생들이 하는 일은 비슷하다.

놀이기구를 타려고 기다리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사진 찍고

놀이기구 타고 인스타에 올리고 쉴새없이 다양한 간식을 먹는다.

1년에 한번은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웃고 쉬는 일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우정도 더욱 돈독해지고(그러다가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평생 가는 비밀스런 이야기도 생기기 마련이다.(물로 나쁜 의미에서는 안되지만)

놀이동산에서 제일 아쉬웠던 점은 입장시 안전 지도의 부족이다.

그 날은 8,000여명의 학생들이 놀이동산에 입장한다는 날이었다.

오픈런을 하기 위해 그 많은 학생들이 단체 입장 입구에 모여 있으니 이미 그곳은 아수라장이었다.

그리고는 모두가 휴대폰을 보면서 입장을 시도하는데

누군가가 잘못해서 미끄러진다면 그 뒤로 줄줄이 넘어지는 대형 압사사고가 나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큰소리로 잔소리를 해도 기쁜 마음으로 들떠 있는 학생들의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다행히 신께서 인솔 교사들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놀이 기구와 음악 소리가 귀를 때리는 그곳에서의 하루가 아무 사고 없이 끝났다.

그리고 놀이동산은 교육이 목적이 아니고 즐거움과 수익 창출이 목적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다.


다음 날은 AI 활동을 진로체험으로 진행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원리를 살펴보고 그 내용으로 산출물을 만들거나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자신의 관심거리를 시각화자료로 만들거나

거대 AI 로봇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활동을 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연구소 형태의 건물 디자인도 멋있었고

강의가 시작되어 문을 닫으면 투명했던 유리창이 불투명으로 변하는 것도 멋있었고

주변의 식물원과 건축물들도 멋졌고

무엇보다도 대기업 소속원들의 번쩍이는 출입 표찰이 멋졌다.

그러나 놀이기구를 대하던 그 반짝반짝하는 학생들의 눈빛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과

약간의 경직되고 사무적인 대기업 소속원들의 행사 진행 과정과(매일 하는 일이어서 그런 것일까?)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에 보조교사와의 코티칭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이런 교육적인 활동에 도움을 줄 교육전문가가 없나보다. 대기업에는...


어떻게 보면 외부체험활동일은 교사인 내가 수업을 하지 않으니 쉬운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집결장소 안내부터 출결 체크까지가 험난하다.

아직은 혼자 어느 곳을 찾아다니는 일에 능숙하지 못한 중학생들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사실 예측이 쉽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수시로 단톡을 보고 전화를 받고 학생들의 민원을 해결해드려야만 한다.

그러고나면 정상 수업 후 퇴근을 하는 날보다 두 배는 더 힘이 들고 기운이 떨어진다.

중학생들도 그런데 초등학생이나 유아들을 데리고 체험활동을 다니는 선생님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동일한 직업군 종사자만 이해되는 힘듬이다.


세 번의 외부 체험활동 인솔 후 추가로

다음 주 생태전환교육 활동을 위해 한강공원을 답사하는 것으로 이번 주 일주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현재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곳이다.

식물도 보고 한강공원도 보고 한강의 역사도 익히고

무엇보다도 한강에서의 라면을 먹으며(그렇게 맛있다는데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지난 주 실험했던 온실효과 실험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하려 한다.

한강변의 일몰은 너무도 멋있었으나 그 일몰을 오래토록 즐기고 있을 기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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