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81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한 오늘 오전
오늘, 생각지도 못한 휴가 하루가 주어진 셈이다.
공공기관은 당연히 쉬지만 안쉬는 직장도 꽤 있다.
아들 녀석만해도 주말에 지방 출장이라 그 출장을 위해 어제도 늦게까지 집에서도 일을 하더니
오늘도 정상출근을 했다.
그리고 목요일도 휴일이지만 아들 녀석은 지방 출장이다.
물론 대체휴가나 수당 등은 받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일을 적게 하고 수당을 적게 받을 것이냐
아니면 일을 많이 하고 수당을 많이 받을 것이냐 중에 선택하라면 후자이다.
자발적인 워커홀릭이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이것저것 잡념도 안 생기고
살아있다는 도파민도 분비되고
내가 이 사회에서 한 몫 담당하고 있다는 기쁨이 저절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은 많이 하고 수당은 많이 못받는 것이 대부분 공무원의 삶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일을 많이 하고 수당을 많이 받는 직업을 기필코 선택하리라.
지방 출장이 잦은 직업을 가진 아들 녀석은
어떻게 보면 취미와 일이 일치하는 성덕인 셈이다.
본인은 나름 만족하는 것 같은데
엄마의 입장에서는 잦은 지방 출장과 특히 먼거리 운전이 항상 걱정이 된다.
아들 녀석도 나의 성향을 조금은 닮아서
일을 많이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서 해내는 것을 좋아하며
그것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는 스타일이기는 하다.
오늘 생각지 못한 특별공휴일 휴가를 받은 김에
내일부터 출장가는 아들 녀석을 위한 집밥 백반을 제공하려 오전에 부지런을 떨었다.
출장지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말이다.
우리집 고양이 설이가 가장 좋아하는 콩나물을 다듬고
(콩나물에서 나는 약간의 비린내에 반응하는 것일까?
아니면 콩나물이 장난감처럼 팔락거려서 좋아라 하는 것일까는 알 수 없다.)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어 국을 끓이고
나머지 콩나물은 고춧가루 양념에 재워둔 삼겹살과 자작하게 콩불처럼 볶아두었다.
꽈리고추는 소고기 갈아둔 것과 함께 간장 졸임 하고
달걀말이 두껍게 부쳐두고
오후에는 맛갈난 김치(고들빼기나 열무김치면 좋겠다.)와 고양이 간식이나 사러 갔다 와야겠다.
아들 녀석 반찬만 할게 아니고
아들이 없을 때 내 삶을 채워주는 고양이 특식도 가끔은 챙겨줘야 하겠다.
물론 로봇 청소기와 세탁기는 돌려두었다.
이제 세탁물을 정리하는 일이 남았고
그 일은 어제 본방사수했던 <최강야구>를 다시 찬찬이 돌려보면서 하면된다.
기본 두 번은 봐주어야 진정한 매니아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마무리하는 공휴일도 나쁘지 않다.
정식 공휴일인 목요일에는 무언가를 해봐야지 생각 중이다.
고양이 별식과 총각김치 한팩 그리고 고기볶은것에 올려먹을 고수 조금과 내일 아침용 소금빵을 사가지고 왔다.
감이 익어가고 단풍이 시작되려하더라.
이제 조금 남겨둔 여름옷은 다 넣어두고
두꺼운 옷을 꺼내야겠다.
내일 아침은 기온이 훅 낮아진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