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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Oct 02. 2024

음악이 주는 선물, 세번째

운전할때는 노래를 따라부르게 된다.

날이 갑자기 추워진다하여 정말 오랜만에 차를 가지고 출근을 했다.(고질적인 비염과 콧물이 무섭다.)

서울 시내 중심가로의 차량 출퇴근은

출퇴근 러시아워 시간 시작전에는 아무 문제 없지만

그 시간에 딱 걸리면 오도가도 못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지하철 출퇴근을 즐겨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운전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의 문제도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인가 못지 않게 고민되는 문제이다.

아직은 가능한 것 같은데 이것도 몇년 이내에 마지막을 고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운전은 항상 몸이 편함과 동시에 마음은 불편한 양날의 검이다.

쉽고 편하게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지만

운전하는 동안 머리가 쭈볏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리고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게 더더욱 무서운 일이다.

그 머리 아픈 것을 조금은 잊어버리게 해주는 것이

차에서 듣는 음악이다.


처음 운전을 했을 때는 FM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낯익은 FM의 아침을 깨우는 음악을 들으면서

서툰 운전 솜씨도, 바쁜 아침 시간도 조금은 잊었던 것 같다.

어린 아들을 놓고 출근길에 나서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특히 아들 녀석의 컨디션이 안 좋아 가지말라고 우는 날은 더욱 더 그랬다.(많지는 않았고 아들은 꾹꾹 참는 스타일이었다.)

내 아들을 놓아두고 다른 아들 녀석들을 위해 길을 나서는

머리로는 받아들여지나

가슴에서는 불이 나는 그런 나를 달래주는 것은

아침 방송의 잔잔하고 힘이 나는 음악이었다.

그때 나를 달래준 음악 중에 산울림, 신해철, 이승철, 이승환이 있었다.


지금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듣고 다니는 시대이다.

최신곡에 민감했던 나의 옛 시대는 지나고

나는 옛날 노래를 듣는 어르신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아직도 트롯트는 아니고 발라드를 듣는다.

아주 처지는 발라드는 우울모드로 나를 데려가는 지름길이므로

조용하지만 신이 나는 발라드를 선호하고

이제는 고전이 된 오래 전의

쿨이나 코요태 음악의 신남도 좋아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의 음악을 매우 좋아한다.

물론 따라 부르기에는 힘이 들지만 말이다.

운전을 하면서 나지막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그 시간은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오늘 출근길에 열심히 따라부른 노래는

올해 멋진 공연을 준비하는 우리학교 밴드부가 고심끝에 선택한 곡들이다.

한번쯤은 들어본 노래였지만 가사와 음을 명확히 알아야 밴드반 지도가 가능하니

귀로 입으로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의 마지막 제자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시간은 오래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이

아마 그들에게도 그렇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미 세 번의 연습에서도 충분히 즐겁고 신이났었다.

음악은 그렇게 추억과 함께 기억되는 묘함이 있다.

누가 뭐래도 음악이 주는 선물이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공연곡은

혁오의 <TOMBOY>,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그리고 신해철과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이다.

마지막 곡은 내 사심이 조금은 반영된 것이다.

나의 그대들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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