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83
수학이 필요한 과학은 쉽지 않다.
그렇게 오랫동안 수업을 했지만
아직도 수업 하기전에 부담스러운 내용들이 있다.
주로 수학과 연계한 과학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수학에서는 아직 안배운 내용의 적용이 과학 수업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설명을 하는 나도 힘들고 학생들의 호응은 없고 눈빛은 공허하고
알아들어야 하는 학생들은 물론 더 힘든게 당연하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2,3학년 모두 천문학 부분의 어려운 내용 수업이다.
먼저 2학년은 지구의 크기와 달의 크기를 구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다.
물론 직접 측정은 불가능하므로 수학적으로 어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때 원의 둘레, 중심각과 엇각의 관계 그리고 비례식이 등장한다.
또 닮은 삼각형에서의 비례식도 등장한다.
그런데 아직 2학년 이맘때쯤까지 수학에서는 비례식이 등장하지도 않았고
수학에서의 비례식은 동일 단위 사이에서의 경우만 등장한다.
과학에서는 단위가 다른 각도와 길이 사이의 비례도 등장하게 된다.
사실 단위만 잘 살펴보아도 비례식 세우기는 어렵지 않은데
학생들의 눈으로는 과학에서 왜 수학이 나오고 난리냐 라는 마음만 들게 된다.
3학년은 별까지의 거리를 어림하는 방법이 나온다.
역시 연주시차를 이용하여 별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공식,
새로운 길이 측정 단위인 파섹에 대한 낯설음,
밝기와 거리와의 관계 등 입체적이고 공간 개념이 포함된 어려운 시험 단골 내용들이 등장한다.
국가교육과정을 결정하는 활동에 포함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도 수학 교육과정을 살펴보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수학에서 기본을 하고 과학에서 그 내용을 적용하는 그 단계를 거쳐야 이상적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모인 유명한 교수님들께서
과학의 4분야(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공평성과 양의 배분 등에는 매우 큰 관심을 보내셨고
특정 내용의 포함과 불포함과 수업 순서등에는 매우 예민하셨으나
한낱 현장 교사인 나의 주장쯤은 후순위로 논의가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교육과정 전체로 해야되는 일이 너무 많고
모든 교과가 같은 시기에 일을 진행하므로
수학과 교육과정이 결정되어야 할 시기에는 과학과 교육과정도 결정이 나야만 하므로
결국 교과별 크로스 체크의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아마도 내년부터 바뀌는 교육과정 작업도 그랬을거라 추측된다.
융합의 시대에 수학과 과학의 경계를 칼같이 나누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학의 기본이 성립되지 않는데
과학에서 기본보다 더한 적용을 활용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수학의 기본이 되어 있으면 과학을 하기 쉬운 부분이 분명 있다.
수학 내용과 큰 상관이 없는 과학 부분도 있다.
수학과 과학은 위 사진의 양 발처럼 균형을 잡아주면 제일 좋다.
그러므로 내 학습 스타일을 잘 분석하여 고등학교에서의 선택 과목을 선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본은 중학교 과학 수업 단원을 기억해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
내가 중학교 때 쉽게 이해되고 흥미로웠던 단원을 기억하면 선택이 쉬워진다.
내일 2학년 수업을 위하여 오늘 칠판 한 곳에 크게 지구를 그리고 보조선들을 그어두었고
다른 한 곳에는 관찰자 눈에서 달까지의 그림과 보조선들을 그려두었다.
내일 매 시간이 전쟁이다. 이 내용을 이해시키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