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생적 오지라퍼 Oct 22.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86

과학과 음악의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오늘은 원래대로라면 2학년이 일식과 월식에 대해서 수업하는 날이다.

하루는 길어보여도 한 주는 짧고 한 달은 더 쏜살같이 흘러간다.

나이가 들수록 그 속도는 가속 페달을 밟는다.

벌써 10월이 지나가려 한다.

천문학 부분 수업이 마무리되고 있다.

오전 2반은 예정대로 일식과 월식 수업을 진행했다.

이론 설명도 하고 최근 발생한 일식과 월식 사진도 찾아보고 기출 문제도 풀어보고 말이다.

그런데 6교시 수업에 들어가려하니 아그들이 졸리다고 난리이다.

어제 야구부는 밤 11시까지 연습을 해서 졸리다 하고

다른 학생들은 점심을 많이 먹어서, 혹은 수학 수행평가를 마치고 났더니 긴장이 풀려서,

또는 비가 하루종일 오고 추워져서 등 각각 졸리는 현상에 다다르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이럴 때는 순서를 조금 바꾸어서 수업하는 것도 괜찮다.


천문학 부분 수업을 마치고 마지막으로는 AI활용 수업을 준비했었다.

천문학 부분의 키워드를 활용하여 작사, 작곡을 하는 활동이다.

과학과 음악의 환상적인 융합수업이다.

물론 우리는 키워드와 우리의 관심사 및 희망하는 방향을 AI에 명령만 내리면 된다.

원하는 곡의 방향을 발라드로 하고

남자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며

제목은 은하수 혹은 별똥별이고

가사 내용은 은하수와 별자리 사이의 조화로운 자전과 공전 운동에 핵심을 맞추어달라고

나의 희망을 구체적으로 써주기만 하면 꽤 고퀄리티의 음악이 뚝딱 만들어진다.

먼저 내가 만든 노래를 들려주니 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나는 가사도 직접 썼는데(내 마음을 솔직히 반영하는 가사를 좋아한다.)

방송 프로그램 <최강야구>에 나오는 레전드들을 밤하늘의 별에 비유하여

이전에는 멋진 별이었지만 지금은 아닐 수도 있고

미래에 더 멋진 별이 될수도 있을 그들을 항상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담은 것이었다.

아이들은 나의 <최강야구> 덕질을 이미 잘 알고 있고

야구부들과는 야구로 하나됨을 종종 느끼고 있으니 반응은 좋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작품을 보여주니 자신감과 의욕을 불러일으켜주는 묘한 마법이 돌았나보다.

모두들 열심히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였다.

오후 졸음을 참지 못하는 두 반의 수업은

천문학 내용을 기반으로 한 과학song 만들고 감상하기가 된 셈이다.


실제로 과학song 컨테스트가 있다.

어려운 과학 내용을 노래 가사로 만들어서 외우거나 이해하기 쉽게 해주는 것인데

이미 잘 알고 있는 노래에 개사만 하는 것이 주된 형태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 형태도 변할 때가 온 것 같다.

이렇게 쉽게 AI를 활용하면 작사와 작곡이 뚝딱 이루어지니 말이다.

그리고 멋진 앨범 자켓 디자인까지 끝내준다.

단,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니 하루에 최대 작곡 개수에는 제한이 있다.

여러 프로그램 중 구글 계정과 연동이 쉽고 무료이며 한글을 잘 인식하는 사용 편리한 것을 선택하였다.

다른 친구들의 작품도 함께 듣고 음악을 공유한 친구들에게는 간식도 제공하였더니 인기 만점 수업이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창작의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별이나 우주가 제목이나 가사에 나오는 가요를 들려주었다.

<별보러 가지않을래?> 라고 속삭이는 적재의 노래,

<밤하늘의 별을 다 따다 주겠다는> 감미로운 경서의 노래,

그리고 <우주를 주겠다는> 대범하기 그지 없는 볼빨간사춘기의 노래까지...

모두 오늘 날씨와 수업 컨셉과 제법 어울리는 노래들이다.

앞으로 학년에 올라가서 천문학 부분 수업이 다시 돌아오게 되면

꽤나 낭만적이었던 오늘을 한번쯤 떠올리게 되면 참 좋겠다. 

다음은 AI와 함께한 작품이다.


https://suno.com/song/a2a0a200-2693-4f3a-bdb7-bc6b0cd88662


작가의 이전글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8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