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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Oct 24. 2024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89

조금씩 자주먹는 스타일은 언제부터였을까?

유투브를 열심히 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끔씩 보는 것은 부류가 정해져 있다.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돌려보며 쾌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맛있는 요리를 하거나 먹는 것을 보면서 내 요리에 대한 영감을 받는다.

물론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먹방 종류는 절대 보지 않는다.

일단 많은 양의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급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오늘 점심 급식을 먹다가 우연히 조금씩 자주먹는 소식을 하게 된 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여러 명과 급식을 나누어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일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꺼낸 것일수도 있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우량아였다.

한번도 평균 체중보다 덜 나갔던 적이 없었다.

하나뿐인 아들 녀석을 임신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죽하면 내 결혼식에 왔던 제자들이 나의 뒷모습에서 웨딩드레스가 터질까봐 근심걱정하고 있었다고 할 정도였을까?

60kg을 가볍게 넘었을 것이다. 애써 정확한 체중 측정을 피해다니긴 했다만...

그랬던 내가 밥을 못 먹기 시작한 것은 입덧이 시작되면서 부터였다.

친정 엄마를 닮아 입덧이 심할 거라고 각오는 했었지만

냄새도 못 맡고 먹지도 못하고 물도 못 마시는 정도가 될 줄은 정말 몰랐었다.

다행히 토하지는 않는데 토하기 직전까지 수준으로 배가 울렁거려서

매일 매일이 심한 배멀미 중인 상태였고 이러다가 죽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간신히 목으로 넘어가는 것은 환타 오렌지 음료수와 엄마가 끓여준 뽀얀 국물의 설렁탕 비슷한 것 뿐.

제일 심하게 못견 것은 흰 밥 냄새와 막 체육 시간을 마치고 들어온 남학생들의 땀 냄새였다.

내 코를 비틀어대서라도  냄새를 못맡게 만들고 싶었었다.

60몇(?) kg에서 50kg까지 체중이 떨어졌고(내 생애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지금은 20대에도 못찍은 49kg을 유지중)

주변에서는 임신 체질인가보라고, 미모가 빛을 발한다고, 나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해주었고

배는 나왔지만 양수의 양은 많지 않아서 만삭때도 그렇게 배가 터질 것 같지는 않았고

우유 한 모금 먹지 못해서 건강한 아이가 나올것인가 고민에 전전긍긍했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 이틀 뒤 가스가 나온 후

조심스럽게 혀에 대서 맛을 본 찬 보리차맛은 지금도 기억이 날 정도이다.

이제 입덧을 하지 않는다. 물을 먹을 수 있다. 무사히 출산을 한 것 만큼 기뻤던 것 같다.

그때 이후부터 나는 음식을 조금씩 여러 번 먹는 스타일로 변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이든 결정적인 티핑 포인트는 있는 법이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내가 가끔 보는 음식 관련 프로그램은 <삼시세끼> 스타일의 방송이다.

차승원 배우가 하는 음식은 정갈하고 특히 음식량이 많지 않아서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특별하지 않은 재료로 한 끼를 준비하고 먹는 과정을 보다보면

나도 그 음식을 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가끔 보는 음식 관련 유튜브는 <먹을텐데>이다.

성시경 가수가 먹는 음식의 양은 절대 소량은 아니지만

맛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설명 방식이 나랑 맞는 듯 하다.

물론 항상  함께 하는 식사 스타일은 전혀 맞지 않지만 말이다.

그가 추천하는 저 식당에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음식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갑자기 떠오르는 과거의 추억이다.

아들이 출장 가서 없는 이번 주는

대충 썰어넣었던 파가 맛있었던 소고기 육개장,

삼겹살 구워먹고 남은 쌈채소(오늘 점심 급식 시간에 학교에 가져가서 나누어먹었다.)

잘게 자른 불고기와 신김치 볶음밥을 먹었는데

오늘 저녁 갑자기 강화도 어딘가에서 먹었던 쌉쏘롬하던 순무김치와

김포 인근 포구에서 굵은 소금에 구워먹었던 마구 튀어오르던 새우구이와

서산 어느 굴밥집 식당에서 먹은 어리굴젓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입맛으로도 메뉴 선정만으로도 저절로 계절을 느끼게 되니 나도 참 대단하다 싶다.

이 정도로 음식에 진심이니 말이다.

<흑백요리사>에 요리 경연을 하는 출연자로는 힘들겠지만

그들의 음식을 먹고 더 나은 것에 투표하는 역할로는 가능하지 않으려나...

그런데 문제는 나는 너무나도 친 한식파라는 점이다.

퓨전이나 이탈리아 음식, 중식에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이 문제이다.

약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실을 미리 고백하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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