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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Oct 25. 2024

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87

청소는 누가 하는 것인가?

한 시간 일찍 늦이 떠진 것을 보니 어제 한 시간 일찍 잠이 들었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어제가 힘든 하루였다는 논리적인 신체기반의 증거가 된다.

수업 시간은 같은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아하 두 시간은 야외 수업을 하였고(지난 주부터 진행하던 지구 크기 측정 및 태양 관찰 수업이 비가오고 해가 숨어서 하지 못했다.)

다음 주 월요일 과학실에서 진행되는 교사 연수가 있어서 큰 맘 먹고 의자를 모두 올리고 청소를 했더니 그랬었나보다.

노동량이 같은데 잠이 늘면 어디가 아프다는 이야기인데

어제의 노동 강도를 살펴보니 당연하다고 수긍이 된다.


과학실은 내가 담당한 7학급 학생들이 드나든다.

150명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셈이다.

아니다 동아리도 쓰고 방과후에 야구부도 사용하니 200명쯤 된다.

특히 2학년은 1주일에 4시간 수업이니 거의 매일 한 번씩은 들어오는 셈이다.

게다가 3층의 놀이시설처럼 지나다니는 학생들도 자주 들어온다.

리모델링을 하고 좋아라 하며 잘 활용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인데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떨어지고 과자부터 해바라기씨까지 다양한 부스러기들이 사방에 버려진다.

큰 쓰레기 들은 그때 그때 보이니 내가 지적도 하고 치우기도 쉬운데

머리카락과 작은 알갱이 들은 바닥의 틈과 틈 사이에 들어가서 빗자루로 쓸어도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거의 매일 잔소리도 하고 청소도 진행하지만 나 혼자의 힘으로 청결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의 교실 청소는 누가해야 하는 것일까? 의 문제는 사실 오래전부터 제기된 것이다.

나의 학생 시절에는 학생이 청소하는 것이 당연했고 청소도 학교에서 배워야 할 덕목처럼 취급되었었다.

나무로 된 복도 바닥을 왁스로 윤을 내느라 무릎꿇고 있었던 적도 많았고

세제를 뿌리고 물을 떠와서 와창 부어놓고 닦기 시작하는 물청소도 분기별로 진행했다.

모두가 물에 발을 담그고 뛰어다니던 놀이로 변모할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집에서도 어머니 기분이 안좋다싶으면 우리 자매들은 재빨리 방을 청소하곤 했다.

깨끗해진 방을 보면 어머니의 화가 조금 줄어들기도 하는 마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청소를 시키지도 하지도 않는 시대가 되었다. 시키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물론 학생들에게 교무실 청소를 시키는 것은 나도 반대이다. 나도 그런 권위적인 사람은 절대 아니다.

내 청소의 기본 마인드는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이 자기 주위를 깨끗이 하면 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방을 자기가 청소하기만 잘 이루어진다면 공용공간쯤은 기꺼이 내가 처리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나의 아들 녀석도 마음 먹으면 잘 하는 청소를 웬만해서는 마음을 먹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자기 공간 정리도 안하고 사는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학교에는 화장실과 복도 청소를 담당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의 작업 영역은 딱 거기까지이다.

그렇다면 제일 많이 생활하는 영역인 교실은 누가 할 것인가?

그 교실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함께 하는 것이 맞다.

담임 교실인 경우는 담임 선생님과 학생들이,

교과 교실인 경우는 교과교실 담당 교사와 학생들이 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청소의 중요성도 의미도 요령도 아직은 없다.

배운 적이 없어서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다.

쓰레기통에 휴지 버리기와 자기 주변의 물건 정리하기는 에티켓의 문제가 아닌가?

그것만 잘해도 청소의 절반은 진행되는 것이다.

아마 집에서도 중학생인 자녀들에게 청소를 시키지 않는 것 같다.(물론 개인차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담당 교사의 성향에 따라 어떤 반은 폭탄을 맞은 상태이고 어떤 반은 그래도 봐줄만한 상태가 된다.

하루 생활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교실 환경이 더러우면 건강관리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는 치명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창문 열기로 시작되는 환기도 절대 부족하고

책상과 의자위를 바닥이 더러운 실내화로 밟고 돌아다니고

한번 몰려서 뛰어다닐때마다 먼지와 머리카락이 함께 춤을 추고

심지어 화장실에는 변기를 막아둘 정도로 휴지를 넣어두고

물도 내리지 않고 나오는 학생들까지 몇몇 있다.

안전교육은 필수로 진행하는데 왜 청소교육은 안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안하는 청소는 과연 누가 해야 하는 것일까? 누가 교육시켜야 하는 것일까?

몇몇 학생들은 말한다. “청소를 우리가 하면 일자리가 줄어들어요.”

정말 그래서 자기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휴지를 일부러 바닥에다 버리고 다니는 것일까?

어제 의자를 모두 올리고 먼지를 쓸고 청소기로 흡입하고

바닥이 까맣게 된 부분을 세제와 물휴지를 이용해서 닦다가 지친 나의 하소연을 써보았다.

더 한 것은 어제 청소가 말끔하게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도 계속된다는 점이다.

매일 먹는 밥을 하고 또 하는 것처럼 청소도 매일 계속된다.

그런데 밥하는 것보다 청소하는 것이 나도 더 힘들고 싫은 것은 왜 일까?

그리고 청소도 분명 과학교육의 한 부분에 들어간다고 애써 주장하고픈데 말이다.  

사실 더 놀라운 일은 이런 현상이 대학교에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대학교에는  교실도 청소담당인력이 있다. 그렇다고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건 그건 아니다.

내 집 앞의 눈은 누가 치워야하는가? 와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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