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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생적 오지라퍼 Nov 17. 2024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95

곁들임 반찬과 양념의 중요성

아들 녀석이 다이어트를 시작하니 나의 음식 관련 글쓰기의 글감이 떨어져간다.

집에서의 음식은 아무래도 샐러드 위주의 야채 굽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의아니게 나도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지난 주에는 밖에서의 식사 기회가 있었어서 에너지 보충은 하고 있다.

그리고 몇안되는 나의 브런치 독자들에게 가장 호응도가 높은 것은 음식 이야기인 것으로 판단되니

그 소명을 다하고자(?) 지난 주 나에게 맛있었던 음식 베스트 3를 소개해본다.


먼저 월요일 명동 한 복판의 퓨전 일식 형태의 백화점 식당에서의 이른 저녁 외식이었다.

보통 백화점 식당은 붐비고 시끄럽고 값은 절대 싸지는 않고 맛은 그렇고 그런(맛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맛없는 것도 물론 아닌)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숨겨져 있던 그 곳을 알려준 후배 말대로 어느 것을 시켜도 나의 그 선입견을 깨주는 맛이었다.

물론 가격대는 높다. 맛있고 분위기 좋은데 가격까지 싼 그런 가성비 높은 곳은 쉽지 않다.

식당 주인의 투철한 봉사 정신 아니고서야 말이다.

후배는 회덮밥을, 나는 기력 보충을 위한 스테이크를 시켰다.

우선 양이 적당했다.(나는 많은 양을 좋아하지 않고 지구를 생각하여 음식을 남기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얇은 보쌈을 연상하게 썰어져 나오는 것이 좋았다.

두꺼운 고기를 썰다가 소스 튀고 고기는 안 잘리는 경험을 이미 많이 했다.

나이 들면서 손아귀의 힘이 점점 더 떨어지는지 칼질이 쉽지 않으니 썰어져서 나오면 댕큐이다.

그것도 얇게 썰어주니 먹기에도 좋고 씹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아마도 어린이와 어르신을 배려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는 무엇보다도 함께 나온 밥과 반찬이 맛있었다.

우메보시, 락교, 초절임 생강, 무졸임 등의 곁들임 반찬은 나에게 친정 부모님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다.

그것들을 참으로 맛갈나게 드셨던 우리 부모님을 모시고 왔었으면 참 좋아하셨을 것 같은 식당이었다.

아들 녀석과 만남을 시작한 고마운 여자친구에게 밥 한끼를 사주기에도 딱일듯한 식당이었다.

맛이나 분위기나 남산뷰까지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고

약간의 달달하지만 떡의 느낌을 재현한 디저트까지 완벽한 한 끼였다.


두 번째로는 온라인 쇼핑몰 공동구매딜로 싸게 특가로 나왔다는 안내에 혹해서

주문한 유명 식당의 양념 갈비살이었다.

이런 일은 나에게는 흔치않다. 나는 온라인 주문을 별로 하지 않는다. 특히 공동구매 이런 방식은 거의 처음이다.

그런데 신청한 이유는 그 유명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였다.

한 여름 오전 한 시간 가까이 줄을 서서 기어코 번호표를 받았고(대신 벌레에게 두방 물렸었다.)

오후 네 시에 들어가서 양념 갈비과 우대 갈비 그리고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오전에 줄서기와 오후 방문이 가능했지(이사가기전 한번은 가보리라 생각했었다.)

그렇지 않다면 전혀 불가능한 곳이었는데 맛은 최고였다.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시킨 것인데 그 맛이 아니면 어쩌나 낭패인데 했는데 퀄리티는 그대로였다.

역시 이름값을 한다.

로메인 상추에 밥 한 숟가락 올리고 적당하게 잘려져서 온 양념갈비살 하나 이븐하게 구워서 올려 먹었더니

다른 반찬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맛이었다.

짜지도 달지도 않은 그 맛이 최고였다.

재구매 의사 200%이다.

언제 톡딜이 뜰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세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지난주 수요일 급식 시간에 먹었던 곤드레밥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곤드레밥에 올려먹었던 양념장이다.

적당히 삶아지고(잘못하면 곤드레가 너무 퍼져서 떡이 된다.)

밥과 곤드레의 비율도 적당했던 밥에 화룡점정을 찍은 양념장이 너무 짜지 않고 딱 감칠맛을 내주었다.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인데 나는 간맞추기와 양념에 민감한 사람인가보다. 그런데 음식이란것이 재료의 싱싱함과 우수함을 빼면 조리법과 양념에 좌우되는것 아닌가?

양념이란 그런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하게 본연의 맛을 살는 것이 양념의 본질이다.

삶에도 양념의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친구가 될 수도 하루의 여행이 될 수도 맛난 음식을 맛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양념을 만나게 되면 나의 힘들었던 삶이 리셋이 되기도 하고 다소 보상이 되기도 한다.

요새 학교의 급식 메뉴 선정과 열정, 음식의 따뜻한 정도 등에 다소 불만이 있었던

나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준 메뉴였다.

나는 곧 영양교사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급식이 참 좋았다고...


오늘 나는 바쁜 오후를 보낼 예정이다.

돌아와서 내일 아들의 다이어트 도시락을 쌀 수 있는 기력이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일찍 일어난 아침을 활용한다.

감자를 잘라서 굽고 소시지를 칼집 내어 구어주고 달걀을 후후 풀어서 스크램블을 만들어주고

사과랑 바나나와 자몽도 준비해두었다.

내일 아침에는 식빵만 살짝 구워서 상추랑 오이 잘게 잘라 함께 넣어주면 될 것 같다.

이제 나는 남아있는 순두부찌개에 달걀 하나 풀어 다시 뎁혀서 훌훌 먹고

<최강야구> 직관을 위한 길을 나설 준비를 해야겠다.

아직 시간은 멀었는데 나의 맘은 소풍가는 날 아침이다.(어제부터 최강야구 무한돌려보기 중이다.)

그리고 점심은 잠실 야구장 먹거리를 탐방해보는 것으로 마음먹었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름이 아니라 평소 잠실 먹거리랑은 조금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다음 비밀레시피는 당연히 잠실 야구장 먹거리 소개가 될 것이다. 기대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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