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생적 오지라퍼 Nov 22. 2024

늙지않은 혼밥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98

치팅데이가 주는 기쁨

지난번에 글에 쓴 것처럼 아들 녀석은 이런저런 이유로 다이어트 식단중이다.

그런데 3주차 정도 되었으니 이제 지칠 때가 되었다.

어제 얼마나 빠졌는지 물어보았더니 효과가 없다고 슬퍼하는 것을 보면 정체기임에 틀림없다.

이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치팅데이가 가끔은 아주 가끔은 필요한 것이다.

이게 지금까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석이 된 이론이다.

공부나 일을 할때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일에는 정체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 시기를 잘 넘기는데는 요령이 필요하다.

열혈교사인 나도 정체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6개월 우수교사 서울대 파견.

1년 특별학습연구년 그리고 영재교육원 파견등으로 그 시기를 이겨내고

정년퇴직이 이제 코 앞이다.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끊는 다이어트는 사실 효과적이기는 하다가 금방 지치게 된다.

조금씩 자주 다른 것들을 먹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그러기에는 손이 많이간다는 단점이 있다.

주말을 맞이하여 분위기를 바꾸는 특식을 준비하려고 퇴근길에 홍합을 조금 샀다.

홍합에 마늘, 대파, 양파를 잘게 썰어넣고

약간은 매콤하지만 많이 맵지는 않은

약간은 짭조롬하지만 많이 짜지는 않은 홍합탕을 끓였다.

홍합만 먹을지 약간의 국물까지 먹을지는 아들 녀석의 선택이다.


주말 한끼는 야채 듬뿍 넣은 감바스 예정이다.

파프리카, 시금치, 버섯, 브로콜리, 양파, 마늘을 올리브 오일에 살짝 굽고

루꼴라와 고수 살짝 올려서 밀가루 없이 구운 오트밀 깜빠뉴에 찍어 먹으려 한다.

지난 주 월요일 몸과 마음의 건강 챙기기 교사연수에서 건강빵 만들기 실습을 했으니 그걸 한번 해보련다.

배웠는데 써먹지 않는다면 배운 의미가 없다. 그리고 한 번 더 해봐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모든 일에 예습보다 복습이 중요한 것과 똑 같다.

그리스식 차지키(오이 채썰어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요커트와 섞어준 것)는 다소 신맛이 있어서인지

아들 녀석은 한번 먹고 손을 대지는 않았다.

음식에 있어서는 단호하다. 나를 꼭 빼닮았다.

홍합탕이나 감바스같은 산뜻한 것을 먹고 나면(물론 많은 양을 먹으면 안된다.)

다시 일주일쯤은 샐러드 중심의 빡센 다이어트 식단을 참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오늘 점심식사를 부실하게 했더니 퇴근 무렵 배가 많이 고파왔다.

뱃속이란 그런 것이다. 먹은만큼 버틴다.

생선조림을 제대로 못하면 정말 먹을만하지 않다.

생선은 생선대로 차갑고 딱딱하고

조림 양념은 생선살에 전혀 배어들어가지 않았고

이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은 정도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점심을 포기하고 누군가가 학교에 돌린 유명한 영천시장 꽈배기로 때운 후

전자기학의 입문 기초 실험 네 시간을 진행했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실험수업은 이론수업에 비해  목소리 크기가 두 배, 돌아다니는 양이 네 배가 된다.)

퇴근 후 곧장 끓인 홍합탕의 홍합 열 몇 개를 정신없이 먹고 국물 서너번을 후후 마셨더니 이제서야 몸이 따뜻해지고 불금이 느껴진다.

직장인에게 주말 휴일이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처럼

다이어터에게는 특식과 치팅데이가 그 어려움을 잊게 해주는 소중한 것이다.

그렇다고 정신줄을 깜빡놓고 폭식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말짱도루묵이 된다.

다이어트계에 발담그신 분들이시여.

다이어트는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고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것을 명심하시라.

나는 무려 20여년을 몸담고서야 방법도 알겠고 효과도 나타났다.

그리고 그 중간 중간에는 잠시 쉬어감이 필요하다는 것도 말이다.

다음 주에는 학교에 달린 감을 수확해야 할 것 같다. 갑자기 알이 꽉찬 도루묵구이도 먹고싶다.

모든 일에는 적기라는 것이 있다.


작가의 이전글 뜨겁게 뜨겁게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