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눈과의 힘겨운 전쟁
새눈도 힘겹고 티눈은 더 힘겹다.
티눈과의 힘겨운 전쟁을 치루고 있는지 어언 1년째이다.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오래 힘들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작년 가을쯤인가 오른쪽 넷째와 새끼 발가락 사이에 무언가 불편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마귀인지 티눈인지 구별도 되지 않는 작은 것이 났다가는 사라지고 며칠 불편했다가는 사라지고 그랬다.
물론 나의 상비약 세레스톤G 크림 연고를 바르는 것으로 만병통치 대처를 하였었다.
그러다가 사라지지 않고 점점 창궐하여 세력을 넓혀가고 꽤 통증이 느껴져
참다참다(본의아니게 힘든데 참게 된다. 퇴근 후 병원이 근처에 없으면 그렇게 된다.)
한 블록 앞의 대형 피부과 병원을 방문한 것이 딱 1년전이다.
지하철역 멋진 건물 1층의 큰 피부과에는 사람이 많았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진료를 보게 된 미모의 여자 의사는 내 발가락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물론 퇴근 후 지친 내 발가락에서는 냄새가 조금 났을 수도 있고
가뜩이나 이쁘지 않은 발가락에 거부감이 났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혹시나 싶어서 티눈 진료를 보는지 전화로 확인까지 하고 방문했었는데 말이다.
예상으로는 장갑을 끼고 만져본다던가 확대 거울로 본다던가 하는 과정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그냥 딱하다는 표정만 짓고는 <지금은 해줄게 아무것도 없네요> 하면서
달랑 연고 하나를 처방하고는 1분 진료가 마무리 되었다.
그래도 아픔에 동의해주는 듯한 의사의 딱한 표정에 안도감을 느꼈고 연고만 바르면 치료가 되는구나에 대한 감사함이 있었던 것 같다.
나올때보니 여드름 치료나 피부 회복 등의 미용치료에만 전념하는 병원인 것 같았다.
(요새 대부분이 그렇더라. 외과에서도 티눈은 피부과를 가라하고 피부과에서는 진료를 안본다고 하고)
병원 방문 후 열심히 발을 닦고 연고를 며칠 바르니 조금은 나아졌으나
연고때문인지 아플만큼 아프고 시간이 경과해서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올해 봄 개학 직후에 마치 개나리가 피던곳에 다시 개나리가 싹을 티우는 것처럼 그 자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역시 모든 병균이 있던 곳에 완벽한 멸균은 없는 듯 하다.
조금은 남아있다가 컨디션이 나빠지면 바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집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던 방학때와 더운 곳에 여행갔다 온 기간에는 그냥 그냥 괜찮았었다.
추운 교실에서 오래 서있고 많이 걸어다니니 다시 나타나는 것인것 같다.
또 참다가 참다가(학년초는 아시다시피 몹시 바쁘다. 학생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집 앞에 새로 생긴 피부과에 갔다.
이번에는 남자 의자 선생님이셨는데 확대경으로 내 발가락을 보기는 했다.
그런데 못마땅한 표정으로 뚱하게 이야기하는 거다.
발가락이 휘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휘어진 발가락 뼈를 잘라내기 전에는 나을 수가 없다고,
심할 때 티눈 밴드 붙이고 물약 바르는 것빼고는 해줄게 없다고 말이다.
나도 나름 병원가는 결심을 하기전에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얼음으로 지지거나 레이저로 지지는 치료가 있다고 하고
그것을 결심하고 갔는데 시술을 해줄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의사가 생각이 없는데 처치를 해달라고 애걸복걸할 수도 없고
뼈를 잘라내야한다는 말에 엄청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집에 왔다.
의사의 한 마디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올해 따뜻해지다 못해 미친듯이 더웠던 여름동안에는 그냥 저냥 심하지 않던 그 자리가
가을에 열심히 산책을 다닌 결과였는지(가을을 즐긴다고 너무 많이 걷기는 했다)
다시 통증이 커져가서 이번주 목요일에 최고의 통증 피크점을 찍었다.
운동화 뒷축을 구부려 신고 다녔다.
내가 싫어하는 행동인데도 말이다.
할수없이 얼마 전 티눈 얼음 치료를 받은 막내동생의 조언과 추천을 받아서
그 병원에 가보기로 굳은 마음과 함께 드디어 오늘 길을 나섰다.
티눈으로 병원방문만 삼 세번째이니 이번에도 안된다면 방법이 없다 생각했다.(뼈를 깍을수는 없는데 어쩐다냐)
멀리 있는 병원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래도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환자들이 줄 서 있던 오늘의 피부과는 이전의 두 개 피부과와는 느낌이 달랐다.
이전 피부과들이 카페 스타일을 표방하고 있다면
오늘 병원은 아주 바쁜 주인장 1명의 오마카세집 스타일이었다.
의사 선생님 한 명이 피부의 각 종 질병을 처치하고 있었다. 콧속 피부도 보고 이마 위도 보고 말이다.
이곳에서는 무언가 근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을것 같다는 좋은 예감이 들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내 발가락을 열심히 살펴본 의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발가락이 많이 휜 것은 발에 미치는 하중이 똑같은게 아니라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보행 스타일과 신발의 형태를 바꿔야하고 골반도 어긋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전체적인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티눈은 계속될 것이다.
꽉끼는 신발이나 하이힐 구두는 피하고(생전 신은 적이 거의 없다.)
걸음걸이와 보폭과 빠르기를 바꾸고(몇년전 왼쪽 무릎을 다쳐서 오른쪽에 기대는 걸음이 된 것 같다만 이제는 티눈 때문에 왼쪽에 하중을 싣게 되었다.)
그리고 얼음 치료는 2주에 한번씩 몇 번을 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래도 깨끗하게 안될 수도 있다 하였다.
그리고는 절대 티눈 물약이나 밴드등을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아니 그럼 그런 것을 왜 만들어 파는 것일까나)
부어오른 티눈 주위 피부를 얇게 떼어내고(역시 피부과나 외과 선생님들은 칼잽이가 틀림없다.)
얼음스프레이를 수차례 뿌리고 상처용 밴드를 붙인 후 치료가 끝났다.
막내동생은 처치후 안아팠다 했고 1회 처치로 끝났다고 했는데
나는 꽤 아프고 여러번 해야한댄다. 2주 뒤에 뵙겠습니다이다.
같은 티눈이라도 범위와 깊이와 위치가 다른 법이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내 몸은 하나의 시스템이고 60여년을 굴렸으니 이제 하나 둘 고장나고 삐걱거릴 때가 된 것도 맞다.
티눈은 중병은 아닐 수 있지만 생활에 많은 불편함과 아픔을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삐툴어진 나의 새끼 발가락을 보는 일은
어디서부터인가 약간은 삐툴어져가고 있는 나의 인생을 보는 듯 하여 마음이 많이 애잔하다.
새끼발가락 티눈 발생의 인과관계는 이제 분명해졌는데 내 인생의 인과관계의 실타래는 밝히기가 쉽지 않다.
(하루 자고났더니 통증이 훨씬 덜하다. 이 날씨에 싹을 티우려 애쓰는 새눈보다는 티눈이 덜 힘들수도 있겠다. 다음주 영하의 날씨에 저 새눈은 어찌버틸까나? 가혹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