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94
저항의 직렬연결과 병렬연결
요새 수업 이야기 쓰는 것이 두려워졌었다.
일반인들도 알아듣기 쉬운 내용으로 과학을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그것이 나의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좋아요 숫자를 보면 음식 이야기보다 훨씬 반응이 안좋으니 저절로 마음에 부담이 생긴다.
좋아요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하는데 사람인지라 그렇게는 안된다.
이럴때는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마음 먹은 것은
나의 수업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것과
나의 일상 생활을 남겨보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얼마남지 않은 내 수업을 기록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주부터 2학년은 전자기학 부분 수업에 들어갔다.
마침 국어 시간에도 정전기에 대한 지문이 있는 글을 읽고 있다고 해서
활동용 풍선도 빌려드리고 과학 시간 내용과 연계하여 글쓰기도 하고 했다.
생뚱맞기는 하지만 수능 국어에서 항상 킬러 문항으로 어렵다고 손꼽히던 것은
과학 내용과 관련된 지문을 읽고 푸는 문제였다.
과학 내용을 아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의미철자가 되기 쉬운 지문과 문항이 된다.
과학과 국어의 융합 수업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물체는 (+) 전하와 (-)전하를 가지고 있으나
평소에는 이 두 종류의 전하량이 같아서 전기력을 띠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평형이 깨어지게 되면 더 우세한 개수의 전기적인 성질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 평형을 깨트리는 방법으로는
직접 두 가지 물질을 마찰하는 경우와 전기를 띠는 대전체를 가까이 가져다 대어보는 정전기 유도가 있다.
학생들은 털가죽과 에보나이트 막대나 플라스틱 빨대로 마찰전기와 정전기 유도 실험을 마쳤다.
겨울에 정전기가 많이 생겨서 물체를 집는 손을 뜨끔하게 만들고
머리카락을 산발하여 사방으로 뻗치게 만들고
옷을 벗을 때마다 따닥따닥 소리가 나게 만드는 바로 그것들이다.
이 단원을 지금에서야 진행하는 이유이다. 여름에는 이런 실험을 할 수가 없다. 건조한 지금이 딱이다.
이번 주는 전기회로 연결에 대한 연습이 주가 된다.
회로도를 그리고 직접 회로를 연결하여 꼬마전구에 불을 키거나 멜로디폰에서 소리가 나게 하거나
전류계와 전압계 바늘이 움직이게 해보는 실습과 수행평가가 예정되어있다.
그러면서 전류와 전압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전자공학과 사전 체험이라고 보면 된다.
전자공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많은 전자제품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번 주에 배우는 기초 내용을 모르게 되면 사용법도 미숙할테지만 안전사고 위험도 커진다.
작년도 모 과학고 시험 문항 중에
우리 몸의 신경계와 전기회로를 그림으로 주고 비슷한 점과 차이점을 찾아보고
우리 몸의 신경계를 전기회로로 생각한다면
저항의 직렬 연결일지 병렬 연결일지를 판단하라는 문항이 나왔다는데
참신하고 내용 이해 정도를 알아보는 좋은 문항이라고 생각된다.
좋은 문항은 심플하고 내용 파악이 쉬운데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느냐를 알아보는 것이다.
저항이 직렬연결 되어있다면 어느 한 곳이 망가지면 다른 모든 곳도 모두 작동되지 않게 된다.
우리 몸의 신경계가 만약에 직렬연결 되어 있다면 어느 한 곳이 아프면 모든 곳이 마비가 되게 된다는것을 의미한다. 우리 몸은 그렇지는 않다.
우리 집의 많은 전자제품들이 모두 저항의 직렬연결로 되어 있다면 냉장고 하나가 고장 나면 모든 전자제품이 올스톱 된다. 우리 집도 그렇지는 않다.
이렇게 전자기학의 기초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그리고 누가봐도 과학교과는 교양 과목이 맞다.
이번 주에 많은 공대 지망 금손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그리고 설사 태생은 똥손이라 할지라도 내용을 찬찬이 익히고 여러번 연습과정을 거쳐
금손으로 변하게 되는 평범한 마법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
(신기하다. 꼬마전구로는 성공했는데 그 자리에 멜로디폰으로 바꾸면 못한다. 알면 적용이 가능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