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교사의 수업 이야기 100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 텃밭 물주기편
사람에게 스트레스란 참으로 큰 일이다.
일요일부터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오늘도 새벽일찍 일어나 뒤척이다가 차라리 글이라도 쓰자하고 책상에 앉았다.
이유는 아는데 해결이 되기는 쉽지않은 문제이다.
해결이 명확한 스트레스는 노력하면 된다.
텃밭을 가꾸는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물주기였다.
운동장 수돗가에서 텃밭까지의 거리가 꽤 멀었다.
동산 윗부분에 위치한 텃밭에 물을 주려면 한참 떨어진 창고에 가서 물을 열었다가 다시 잠가야 했다.
그 사이에 낭비되는 수도세도 절감할 필요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었다.
누구나 힘이 들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과학교과서에서만 봤던 빗물저금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빗물저금통은 지붕에 내린 빗물을 작은 저장탱크에 모아 재이용하는 장치이다.
모은 빗물은 텃밭에 물을 주거나 청소할 때 활용할 수 있어서 수돗물 절감 효과가 있고 홍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여기까지가 교과서에 나온 이론이다.)
빗물저금통에 대한 이론 수업은 과학 수권 부분에서 진행하였다.
빗물저금통을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하고, 3D 프린터로 모형제작까지 해본 후 업체에 연락을 취했다.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실제 빗물저금통의 위치도 결정하고 디자인과 재질도 선택하였다.
드디어 2018년, 나의 첫번째 빗물저금통이 중구청의 지원을 받아 설치되었다.(물론 예산 지원을 위하여 전화를 여러번 하였다. 학교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도 지원 받을 수 있다.)
나오는 빗물의 깨끗한 정도에 놀랐으며(여러번 걸러주는 장치가 있다.)
텃밭 물주기의 어려움이 줄어들어 크게 만족하였다.
학교를 이동하여 2022년 나의 두번째 빗물저금통도 이미 마련하였고 잘 사용하고 있다.
텃밭 바로옆의 빗물저금통에서 물을 받아 텃밭에 주는 일은 이제 지속가능하다.
영하로 내러가기전에 밸브만 잘 잠가두면 된다. (아니면 얼어서 터지게 된다.)
2019년 5월, 황금 연휴를 보내고 오니 오이와 참외가 반쯤은 고사 직전에 놓였었다.
방학중이나 주말에 물주기를 할 수 없다는 학교 텃밭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자연스럽게 자동관수시설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학교 담벼락 쪽으로 서울시 차원의 공사가 진행되던 시기라, 전면적인 시설을 갖출 수는 없었고
대신 기술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깻잎, 상추 등의 텃밭 상자에만
자동관수시설을 시범적으로 설치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에를 들어 오후 네시에 자동으로 물을 주게 세팅해놓는 시스템이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생태텃밭 수업이 지속가능해지려면 자동관수시설 완비가 필수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전문가의 도움과 투자와 검토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예산이 없다는 점이다.
일을 하면서 그 예산까지 따와야 하는 것은 교사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다.
그리고 어느 학교이건간에 예산이 너무도 작다.
생태 텃밭을 운영하다 보니 학교에 있는 식물들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기특한 학생들이 나타났다.
희망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강사를 초청하여 방과 후에 식물 알아보기 활동을 진행하였다.
학교 식물 고유의 특징 및 분류 방법, 재배 방법 등을 익히고 식물이름표 달아주기도 진행하였다.
이때 학교에도 서양등골나물, 미국쑥부쟁이, 가시박 등의 생태계 교란종이 서식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식물들은 뿌리가 단단하고 얽혀있어서 제거에 많은 힘이 들고 너무 많은 양이 번식하고 있었다.
과학 시간을 활용하여 서양등골나물제거 시간을 갖기도 하고
중구청 공원녹지과의 도움을 받아 추가적인 식물생태교육도 진행하고
<네이처링>이라는 어플을 활용한 디지털 식물생태지도를 만들기도 하였다.
학교를 옮겨서도 봄과 가을에는 한번씩 학교 화단을 돌면서 QR 코드로 식물 이름도 찾아보고
사진도 찍어보고 하늘도 한번 올려다보고 동아리에서 만들어놓은 텃밭 구경도 한다.
아이들은 아직도 식물 관찰보다는 옆 친구와의 이야기를 더 좋아하기는 한다만...
더 나아가 텃밭 대용 미래 식물 재배 방법을 익히기도 한다.
수경재배 식물은 물에 식물을 꽂아놓으면 된다. 무엇이든 다시 뿌리가 나는 신비로움을 보게 된다.
과학 수업이라 나는 그것에 식물 생장용 LED센서와 온도 습도 센서를 꼽아 두었을 뿐이고,
IOT 화분은 등록된 센서와 자기 핸드폰으로 물 주기 등의 제어하는데 아직은 꽤 비싸다.
자신이 키우고 싶은 식물의 종자를 고르고 과학실 앞 IOT 화분의 인공토양에 심은 후
수업 시간을 활용하여 물을 주고 관찰하는 활동을 종종 하였다.
대략 2주일쯤 지나면 식물들이 싹을 틔우고 올라오면서 자라나게 된다.
아이들이 신기해하는 그 순간부터가 나만의 생태교육의 시작점이다.
다양한 식물을 비교할 수도 있고 미래시대의 농업 스타일을 예측할 수도 있다.
가정실습실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천연퇴비로 만들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해 두었다.
급식 중 수분이 적은 과일 껍질 등을 하루 정도 넣어두면 갈아서 천연퇴비로 만들어준다.
이것을 물에 타서 묽게 만든 후 텃밭에 조금씩 부어주면 퇴비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천연퇴비를 사용한 학급과 그렇지 않은 학급의 텃밭 작물은 크기와 단단한 정도에서 차이가 났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방법 및 잔반 없애기 등의 식생활교육과 텃밭을 활용한 생태교육 자료로 의미가 있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집에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계를 들여놓았으나
날파리가 생겨 처절한 실패를 맛본 것은 비밀이다.
특강으로 EM액 만들기 활동을 진행하고 이를 텃밭 관리 및 환경 관리에 활용하기도 하였다.
집에서 유기농액을 가지고 오거나 커피 등을 활용하여 학급별 텃밭의 관리에 애쓰는 학생도 있으며, 휴업일 중에도 물을 주러 텃밭을 방문하는 학생도 있었다.
심지어 코로나 19 시기에도 마스크를 쓰고 물주러 왔다갔다. 감동 그 자체이다.
유기농으로 키운 식물은 벌레가 먹고 크기도 작고 생김새가 멋있지는 않다.
하지만 향기와 신선도에서는 월등하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키운 것이라서 이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이 바뀌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글을 쓰고 보니 10여년간 참으로 많은 것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손짓이었지만 학생들에게는 기억으로 남았었으면 참 좋겠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항상 이런 기억속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경험상 잘 알고 있다.
텃밭에 대한 스트레스는 이렇게 해결 방안을 차근차근 순서대로 모색해나갔는데
정작 내 개인적인 스트레스는 해결 방법이 묘연하다. 인생 참 쉽지 않다.
이제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
오늘의 아들 도시락은 어제 버터에 구워둔 감자와 삶은 계란 그리고 야채 조금에 베이컨 구이이다.
아 어제 특강에서 구워온 비건 식빵 두 조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