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교사의 수업 이야기 101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 생태 연못편

by 태생적 오지라퍼

학교 건물 사이 중정의 연못이 있는 학교는 서울 전체에서도 몇 학교 되지 않을 것이다.

오래전에 지어졌고 학교 내에 각종 유물이 있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조형물도 있고

오래된 탑도 있고 중정의 연못도 있는 그런 멋진 학교가 나의 이전 학교였다.

그 연못의 여름에는 물고기가 있고(몇 마리 되지는 않았다.)

그 물고기를 호시탐탐 노리는 옆 학교까지 장악한 고양이가 있고

가끔은 새들도 물고기를 향해 주둥이를 내밀고 다이빙을 하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겨울이면 수온이 낮아져서 더 이상 물고기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겨울 동안 물고기는 실내로 옮겨두고 물은 빼두어서 얼지 않게 하는 등의 또다른 수고가 필요했다.

또 배수구가 없이 물이 고여 있는 관계로 시간이 지나면

흙이 튀어 들어와서 물이 탁해지고 벌레가 번식하는 환경이 되는 것도 문제였다.

작은 부레옥잠을 두어 물의 자연정화과정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역부족이었고

겨울에도 얼지 않고 물고기가 살 수 있으며,

자연적으로 정화되는 생태연못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했지만 더 이상 시도는 하지 못했다.

생태 연못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그리고 주위에 실제로 만든 지인도 있었지만

거기까지는 나의 오지랖을 부리지는 못했다.

왜냐면 나는 비린내와 미끈덕 거리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물고기에 대한 긍정적인 호기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과학시간에는 본의아니게 물고기들을 실험 재료로 사용했었다. 지금은 물론 아니다.

붕어를 해부해서 심장과 내장기관을 보기도 했고,

작은 금붕어들을 대상으로 모세혈관 관찰을 통한 혈액순환과정을 보기도 했다.

지금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해부 실험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할 수 없지만

그 옛날의 과학 실험 중 가장 기억나는 것을 이야기해보라하면 10명 중 9명은 해부 실험을 손꼽았었다.

해부 실험하는 날 과학교사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다.

마취 시킨 개구리가 깨어나서 펄쩍 뛰기도 하고(내가 더 놀랜다.)

머리를 세게 때려 기절시킨 붕어가 앞 가슴을 풀어헤친채로 튕기기도 하고(다시 머리통을 세게 때려준다.)

아수라장이 되는 실험실과 여학생들의 비명소리가 합창처럼 들리기도 하고

아이들의 지나친 해부력을 저지시키느라 매번 기진맥진이 된다.

이제는 그런 실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에테르로 개구리를 마취시키다가 내가 다 어질어질해 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작년에 우연히 교장 선생님께서 물고기 여러 마리를 어항과 함께 과학실에 두면 어떻겠냐고 보내주셨다.

사실 비린내도 싫어하고 물고기 똥 치워주기도 싫었으나

딱히 다른 곳에 둘 곳도 마땅치 않아 과학실 창가에 놓아두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이 물고기를 보러 왔다.

그리고는 많이 자랐네, 새끼가 더 생겼네, 아이고 오늘은 한 마리가 죽어서 떠다니네 등등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러더니 스스로 검색을 통해서 물고기 암, 수를 파악하는 방법도 찾아보고

자꾸 심해지는 물속 이끼를 없애는 방법도 알아보고(햇빛을 너무 많이 받으면 이끼가 급속도로 많이 생긴다.)

물고기 밥을 서로 주겠다고 아우성치고(밥을 주려 사람이 다가가면 재빨리 윗쪽으로 모두 모인다.)

특히 야구부 녀석들은 1주일에 한번씩 물도 갈아주고 그 무거운 어항 닦아주는 일도 도와주었다.

이렇게 학생들의 열화와도 같은 사랑을 받아 잘 지내던 물고기가 날이 추워지면서 점점 비실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온도 조절기를 넣어두어도 사람의 온기라고는 없는 주말 과학실의 차가움을 버티기 힘들었나보다.

첫 추위가 몰려온 주말을 못 넘기고 점점 시름시름 기운이 없다가 마침내 모두 죽고 말았다.

그들이 모두 죽고 난 새드엔딩의 월요일 오전. 과학실의 분위기는 엄청 가라앉았었다.


동물과 식물이란 이런 것이다.

같이 있다가 죽으면 마음이 짠하다.

말라비틀어지는 식물을 보는 것도

힘이 없어서 비실대는 물고기를 보는 것도 똑같이 힘든 일이다.

하물며 점점 망가지는 지구를 보는 일이야 어떻겠나...

지속가능발전교육, 생태전환교육, 환경교육이라는 용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안정된 상태에게서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것. 그것이면 족하다.

나의 주변을 지켜보겠다는 마음 가짐을 갖는것, 그리고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과학은 이런 마음가짐을 조금 더 전문적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교과이다.


(오늘로 기후위기 특강이 모두 끝났다. 지구를 살리려다 과학실 쓰레기가 양산되는 아이러니.

열심히 청소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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