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학교 축제
오늘 버전의 계획 - 언제 바뀔지 모른다만
1월 17일에 열리는 학교 축제가 나의 공식적인 업무의 마지막이다.
물론 그 이후로도 자잘자잘한 일은 있겠으나
1년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업무 난이도는 학교 축제이다.
이 마지막 학교에 오기전까지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업무이다.
첫해에는 정말 난감하여 이전에 어떻게 운영했는지 사방에 물어보았으나
코로나 19로 인하여 2년간 학교 축제는 올스톱이었고
그 전을 기억하는 선생님도 전보이동으로 인해
몇 명 남아있지 않았으며
개인 장기자랑 같은 형태였다고 전해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학교 축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걱정마라. 나만의 축제 스타일을 만들면 되지.
미래학교 전일제 과학축제와 비슷하겠지 뭐.
그런 생각에서 호기롭게 출발했다.
역시 일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두려울 뿐.
그리고는 나의 축제를 돌이켜보았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최고의 축제는 뭐니뭐니해도 합창대회였다. 여중이라 그랬을 수 있다.
한 달 이상의 힘들고 지친 연습 과정을 거치고 다양한 퍼포먼스를 준비하다가 싸우기가 일쑤였다.
그 대회날 무대에 올라갈때까지의 발의 떨림과 노래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긴장감이 최고조인 축제다운 축제였다.
부르는 노래도 학급마다 다 달라서
경쾌하고 들으면 기분 좋은 가벼운 노래를 선택한 반(그러나 입상권에는 들지 못한다.)
진중하고 무겁고 시대의 아픔을 담은 노래를 선택한 반(그러다 너무 노래가 느려지면 망한다.)
합창곡의 명곡이라고 일컬어지는 곡들을 선택한 반(모 아니면 도다. 잘하면 대상 못하면 탈락이다.)
그리고 가끔은 영어나 스페인어 노래도 등장했다.(신선함은 물론 최고이다.)
합창대회 발표가 끝나고 나면 우는 반이 속출한다.
1등 반도 울고, 아깝게 떨어진 반도 운다.
그 시대 여학생들의 세레모니는 울음이었나보다.
지금은 합창대회를 한다는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음악 선생님들의 뼈를 갈아넣어야하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체육대회가 꽃이었다.
별도의 학교 축제는 아직 자리잡고 있지 못했을 때였다.
운동회와 체육대회는 동네 잔칫집이었다.
그 준비와 운영을 다하다가 체육선생님들은 아마도 과로사 직전이셨을게다.
우리는 마냥 즐거웠지만 말이다.
체육대회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최고는 누가 뭐래도 이어달리기이다.
청백전의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으로 하는 계주는
누가 넘어지기 전에는 끝이 나지 않았다.
선생님들도 한번씩은 실력을 뽐내주셨고(그날만큼은 달리기 잘하는 선생님의 인기가 최고였다.)
그날의 히어로는 계주의 마지막 주자였다.
최고로 빠른 언니를 만나고 나면 비로소 그 날 하루가 끝났고 역시 마지막은 눈물이었다.
이긴 팀은 이겨서, 진팀은 져서 운다.
왜 그리 울어댔나 모르겠다. 그땐 그랬다.
이제 체육대회도 점점 사라져간다.
체육 선생님들의 진을 다 빼놓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전일제 과학의 날 행사도 하는 학교가 점점 없어진다.
과학상상화그리기나 과학글쓰기는 이제 AI의 힘을 빌리면 5분이면 끝난다.
아직도 모형 항공기 날리기를 하는 학교가 있나모르겠다. 드론의 시대이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3년전 이 축제 업무를 맡고부터 내가 생각하는 축제를 그려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담고 싶었다.
교과활동에서 나오는 산출물은 물론이고
동아리활동, 방과후활동과 자유학기제 활동의 결과물을 모두 담아보고 싶었다.(원래 일욕심이 많다.)
그리고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기회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오전에는 전시와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오후에는 공연으로 나뉘어 운영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첫해에는 재즈듀오와(하프와 피아노) 인디밴드. 이화여대 댄스 동아리를 섭외했고
작년에는 응원치어리딩팀과 마술사, 랩핑을 보여줬으며
올해는 이화여대 합창단의 아카펠라, 태평무, 현악3중주(피아노, 바순, 오보에)를 준비했다.
물론 나의 지인 찬스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것이 학생들에게 주는 문화적인 선물인 것을 그들이 알까 모르겠다.
중학교 시절에 한번 경험하고 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
가끔은 일생을 바꾸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축제에서 어떤 역할을 맡느냐도 물론 중요하다.
사회자뿐만아니라 스탭까지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보면 나에게 무언가를 남기게 해주는 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상은 공평하다.
1월의 마지막 학교 축제 계획안은 아직은 완성형은 아니다.
오늘은 <뭉쳐야찬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라크로스 선수들을 섭외하여 오전 부스 운영을 부탁하기도 했다.
새로운 스포츠인 라크로스에 대한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혹시 그 매력에 푹 빠지는 녀석이 나올지 모른다.
학생들은 계속 나에게 이야기한다.
나의 최고로 유명한 제자인 방송인 <전현무>를 불러달라고.
그런데 <전현무>는 너무도 바쁘고 그런 부탁을 할 만큼 나랑 친밀하지는 않다.
학생일때 더 잘해줄 걸 그랬다.
올해는 특별히 사진에서 보이는 응원용 클래퍼를 제작했다.
축제 공연볼 때도 쓰고
내년 야구부 직관 응원갈 때도 쓰라고 넉넉히 준비했다.(나는 그 자리에 없겠지만)
나의 최애 <최강야구>를 벤치마킹하였다.
디자인은 미술전공인 교장선생님께서 해주셨고 밴드 공연에는 오른쪽, 왼쪽으로
손을 흔들 때 쓸것이고
마지막에는 핸드폰 불빛을 비추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콘서트 기분으로 말이다.
축제의 마지막은 밴드의 <그대에게> 연주이다.
시작은 연주이지만 아마도 전주가 나오면
떼창으로 곧 바뀌리라 기대한다.
이 정도면 멋지지 않는가?
축제는 나의 마지막 업무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