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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 수 없다. 그 일과 만나기 전까지는

피아노와 과학관

by 태생적 오지라퍼

예측이 되어지는 일이 있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위 사진 속 케잌(초코딸기케잌이다.)이 얼마나 달 것인지 이런 것은

이 먹어보지 않더라도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극강의 달달함이다.

그 예측의 정도가 대략 어떨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이런 예측이 확률의 개념이다.

그러나 누구나 알 수 없다.

그 일과 만나기전까지는...

당면해봐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우리학교에는 피아노가 총 4대 있다.

작은 학교 치고는 많은 셈이다.

몇 년전 구입한 전자 피아노 한 대에 나머지는 일반 피아노이다.

올해 새 피아노를 하나 구입했다.

물론 학교 자체 예산은 아니고 구청 예산을 지원받은 것이다.

구청과 교육청은 사유를 듣고서 예산 지원이 이루어지는데

교육청은 예산이 구청에 비해서 훨씬 작다.

내가 있는 서울 시내 중심에는 대기업 들이 많아서 세금을 많이 내는 관계로

구청 예산에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인지

문화예술교육이나 AI 융합교육에 예산 지원이 후한 편이다.

물론 계획서도 내고 결과보고서도 내야한다만

그 부분의 수고만 감수한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다른 피아노는 구입한지 엄청 오래된 것이다.

좁은 음악실에 피아노 2대와 전자피아노 1대가 있어서 공간이 매우 협소하므로

오래된 피아노 1대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칠 수 있게

3층 휴게 공간으로 이동해서 누구나 칠수 있게 해두었다.

청계천이나 반포한강공원의 오픈 피아노와 비슷하게 활용되기를 바라면서

지난 주 밴드 동아리의 버스킹을 계기로 말이다.


다행히 학생들은 너도 나도 피아노 앞으로 와서

잘 치는 학생들은 각자의 필살기 연주를,

못치는 학생들은 태블릿의 악보와 피아노 치는 것을 도와주는 어플을 보면서 연습을 하였다.

젓가락 행진곡에서부터 유키구라마토 연주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였다.

여기까지는 미리 예측 가능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예상 못한 일은 그 뒤에 일어났다.

<피아노를 다시 음악실에 가져다두면 안되나요? 소리가 시끄러워요.>

이런 말을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피아노를 잘 치거나 악기를 잘 다루는 학생들이었다.

자신들이 잘하니 나머지는 소음으로 들리는게다. 그 생각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피아노가 나와있어서 너무 좋아요. 저 피아노 처음 쳐봐요.>

이런 아이들은 기쁜 얼굴로 쉬는 시간마다 피아노 앞은 서성였다.

피아노 잘 치는 아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나는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클래식 악기에 가까이 하는 기회를 친구들에게 주는 것은 어떻겠니?

너희는 많이 해봤는데 쟤네들은 처음이야.

음악은 함께 하는 것, 같이 즐기는 것아닐까? 처음은 누구나 서툴러.>

설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서울대와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강의를 했던 해가 있었다.

과학교육론이었나, 지구과학교육론이었나

아마 둘 중의 하나였을것이다.

대학 교수님말고 나는 현장 교사이니 차별화된 강의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성향상 교육 이론만 가득한 강의는 하지 않는다.

실습 위주의 수업 중 하루 토요일에 특강을 운영했다.

아마도 과천과학관이 막 개장을 준비하던 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서울대와 이화여대 수강생들을 과천과학관 오픈 기념 사전 점검에 초대했다.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전시물을 보여주기 전

각종 전시물의 배치와 안내문등을 살펴보는 기회를 준 것이다.

그리고 그날 과학관을 보고 느낀 소감문은 과천과학관에 전달해서 보완등의 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일반인이 관람하기에 너무 어려운 내용과 안내문이 있다는 내용이 메인이었다.

반영되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냥 구경하라고만 하면 건성으로 볼까봐

하나의 전시장을 보고나면 퀴즈를 풀 수 있게 준비를 해두었다.

퀴즈는 당시 대학생이던 아들 녀석 친구들에게 준비를 시켰다.

내돈내산으로 소정의 알바비와 식사비를 제공하고 말이다.

맞추면 스티커를 배부해주는 원시적인 시스템이었는데(그때는 QR코드가 없던 시절이었다)

서울대생들은 못맞춰도 쿨하게 지나가는데 이화여대생들은 집요하게 정답을 다 맞춘다는 후일담을 들었었다.


나의 예상은 이랬다.

서울대와 이화여대 지구과학 같은 전공 대학생들끼리 서로 인사할 기회를 주면

자연스럽게 네트워킹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지구과학교육 전공이 전국을 따져도 많지않다.

서울에는 서울대와 이화여대뿐이다.

같은 전공이니

대학원을 가거나

학회나 행사를 가서도

다시 만날 확률이 높을테니

이번 기회에 인사를 해두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그 날 서울대생들과 이화여대생들은 서로 친해지지는 못한 것 같았다.

남학생들이 용기를 내서 여학생들에게 말을 붙이는 영화같은 그런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더라.

같은 전공이고 임용고시에서 서로가 라이벌이 될 거라는 부담이 되어서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행사 후에 들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이화여대생과 퀴즈를 물어보던 아들 녀석 친구가 커플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한참후에 전해들었다.


누구나 알 수 없다.

막상 그 일이 닥치기 전에는.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만 할 뿐.

예상대로 되는 일은

그렇지 않은 일의 반의 반도 안된다.

그래서 세상이 즐겁기도 하고

그래서 세상이 힘들기도 하다.

남편의 항암결과도 굳이 예측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최선을 다해 노력만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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