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113
오늘은 수업 말고 업무(잡무는 절대 아니다.)
학교에 독감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른 학교는 이미 방학을 했거나
곧 방학을 하니 별 걱정이 아니겠지만
우리 학교는 공사 관계로 다음주가 2학년은 기말고사이다.
방학까지는 아직도 3주나 남았다.
3학년은 진학 관계로 성적 일정이 완료되었고
1학년은 올해까지는 자유학년제이라
고사는 안보고 서술형으로 기록만 해주니 그나마 괜찮은데
2학년이 문제이다.
지금 이 시기에 독감에 걸리면 시험 공부는 커녕 시험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문제이다.
독감은 법정 전염병이라 진단만 받으면 일주일간은 인정결석이다.
고사도 못보면 학교에 따라 성적 규정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수행평가 성적의 100%, 혹은 직전 고사 성적의 100%를 부여한다.
그러니 아픈데 시험을 일부러 보러 나가는 일은 그리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면 자신의 성적도 좋아질리 없고, 회복에도 좋을리 없고,
다른 친구들에게 전염될 확률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를 그렇게 무섭게 학습했는데도
독감 혹은 기침 감기인데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다.
벌써 망각한 것일까?
호흡기를 가르친 과학 교사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어제는 내 업무는 아니지만 내 업무 비슷하게 되어버린 뮤지컬 활동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원래 뮤지컬은 따로 발표회를 하고
나는 축제만 진행하면 되는 거였는데
올해 뮤지컬을 담당한 3학년 부장님의 갑상선 수술 이슈와 학사 일정 시기 문제 등으로
축제때 뮤지컬 발표를 함께 하기로 했었다. 전적으로 나의 오지랖 발동이다.
3학년이 3학급이라 3명의 강사님이 오시는데
1명이 대본이나 뮤지컬 전반을 구성하고
1명은 노래, 1명은 춤을 맡아서 팀으로 지도하는 형태이다.
그 중에서 모든 것을 리더로 맡아하시는 강사님이 제일 고생을 하는지라
무언가 수당을 추가로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다가
축제 찬조 출연이나 동아리 추가 지도 등의 항목이 있으니
올해는 뮤지컬도 축제의 한 항목이니 가능할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한 협의를 하였다.
수당을 주는 일은
교사가 제일 싫어하는 업무 중 한 가지이다.
일단 받아야 하는 서류가 너무도 많은데다가
교육청에서 정한 수당 기준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경우가 약간을 달라질 수 있어서
수당 지급의 주체인 행정실 담당자와의 의견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때는 사전 협의가 정답이다.
어제 뮤지컬 강사님과의 추가 근무 수당에 대한 이야기는
그 전날 행정실 담당자와의 협의를 거쳐서 이야기 한 것이다.
다음 주에는 찬조 출연 강사님들 수당에 대해 정리한 표를 가지고(예산 범위내에서 어제 정리했다.)
또 행정실 담당자와 사전 논의를 진행하려 한다.
사전에 이야기를 하면 어떤 일이든 80%는 정리가 된다.
부득이한 20%는 일을 하다 보면 항상 나타나게 된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놓친게 나온다.
그리고 나의 철칙은 가급적 빠르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미리 자료를 다 준비해두었다가 행사 진행 후 결재를 신속하게 받는 것이다.
이번 축제 행사는 금요일이니
그 다음주 월요일 처리가 목표이다.
많은 비용의 수당을 줄 수는 없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그렇다면 빨리 지급하는 것이 최선이다.
나의 생각이다.
그리고 축제 업무 중 가장 힘든 2일간의 간식을 확정지었다. 선택지가 많으면 힘들다.
전날 축제 준비를 진행하는 동아리 활동일에는 땡땡 도너츠 1인당 4개씩
(유산지에 포장해주어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게 한다.)
대량 구매를 하니 약간의 할인을 받아서 예산을 절감했다.
축제 당일에는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는 집의 햄버거 세트이다.
간식비 한계인 5,000원에 딱 맞는 세트가 있다.
아마도 돈 없는 학교를 겨냥해서 남겨둔 메뉴가 아닐까 싶다.
마케팅 담당자의 센스가 돋보인다.
그리고 축제일 교직원에게는 고민 끝에 호두과자 2종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일반 팥앙금 호두과자와 새로운 스타일인 앙버터 호두과자이다.
(금요일이니 집에 가져가셔서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 딱이다.)
원래는 학교 근처 광장시장의 유명 도너츠를 고려했었는데
개인별 선물 포장을 안해준다하고, 학교에서 종이 봉투를 구입하라하고
(사장님이 돈 벌기 싫으신가보다. 뭐 61만원 밖에 안되니 그럴 수도 있겠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전날 땡땡 도너츠를 먹는데
이틀 연속 도너츠는 아닌 것 같아서 결단을 내렸다.
호두과자집 사장님은 아주 친절하게 예산 안에서 어떻게든 맞추어주시려고 노력하셨고
배달비도 추가하지 않으셨다.
이렇게 해주면 다음 행사때도 고려하게 되는 법이다. 일 하는건 사람이다. AI가 아니다.
그리고 틈틈이
학교 축제 사회자를 만나 멘트를 수정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축제 준비물 결재를 처리하고
독감을 고려해서 공연볼때 지정좌석제 안내 그림을 그려달라 부탁하고
밴드부 개인 연습을 독려하고
특히 싱어들에게는 독감을 조심하라 잔소리하고
태평무 찬초 출연자, 드론 강사, 리스 만들기 강사, 기타 강사님들과 톡이나 전화로 소통하다보니
금요일 하루에 진행한 업무가 태산이었다.
과했나보다.
아니다.
오토매틱 시스템의 내 몸이 알아차렸나보다.
이 시기쯤이면 방학인데 하고 말이다.
오늘 아침 일어났는데
잔기침이 조금 나고 목이 가라앉았다.
아뿔싸.
얼른 목에는 머플러를 감았고
진해거담제 포함된 스틱을 하나 쭉 빨아먹었고
쟈스민차 하나 따뜻하게 우려내서 마시고 있다.
아이들 독감 걱정하고 잔소리할 때가 아니다.
내가 더 면역력이 낮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면역력이 절대적으로 낮은 항암 시기의 남편이 있다.
나나 잘 챙기자.
누구에게 잔소리할때가 아니다.
오늘부터는 추워지고 눈도 온다한다.
그런데 이 글을 써놓고는 축제 계획서 출력물을 들여다보고 있는건 뭐냐. 일중독이 틀림없다.
인생이란 위 사진 속 성운처럼 끝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업무도 그러하다. 시작은 있는데 끝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체크해야 하는 일은 업무이지 잡무가 아니다.
나의 일을 잡무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세상이 힘들어진다.
오늘 표지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이 아니다.
나는 추워서 저것을 찍으러 나설 수도 없고
밤에 잠도 많고 무거운 사진기를 들 수도 없다.
멋진 사진을 찍고 기꺼이 공유해준
그리고 우리학교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로
천체 관측을 선물해주신 그 분께 감사한다.
감사할 분들이 많은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